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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학예사 자격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김영호

비평가의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때 그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다. 무관심이란 대개 발언의 내용이 특정 집단의 이익에 편향되어 있거나 쟁론의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열악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본지의 10월호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공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박신의씨의 <나의 발언(9)>은 비단 미술관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과 연계된 사안이며 아울러 향후 점차 불거질 박물관미술관 정책의 문제를 함께 품고 있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노트북을 열었다.<필자가 살펴보려는 내용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학예사 자격제도에 대한 것이다. 현재 국내대학에서 박물관미술관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개설된 학과는 대부분이 대학원 과정으로 되어 있다. 신설 학과명을 보면 <박물관미술관학과>(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경희대), <문화관리학과>(단국대), <박물관학과>(명지대), 큐레이터학과(동덕여대) 등이 있고 전공으로서는 <예술기획전공>(홍익대), <문화기획전공>(추계예대)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의 학과들이 앞다투어 문을 열게된 동기는 문화의 21세기라는 현실인식 아래 정부가 개정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이에 근거한 <학예사 자격제도>, 그리고 어느 문화부장관의 박물관미술관 1000개소 시대를 열겠다는 발언이었다. 이에 따라 대학은 미래의 전문인력 양성과 재교육을 목표로 관련학과를 설치하였고 전시기획, 소장품관리, 미술관교육, 보존과학, 미술관경영, 박물관학 등의 과목과 실무교육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열정을 바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현장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박물관미술관 전문인들이 활동할 현장과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가 내어준 학예사 자격증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장에서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을 포함한 관련단체에서 아직까지도 자체적 요람과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하며 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대학이나 정부 그리고 현장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학예사 자격제도의 근본적 문제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학예사 개념의 모호성이다.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예사란 위에 언급한 소장품의 수집, 보존, 관리, 전시, 연구, 교육 등 박물관미술관 활동 전반에서 일하는 광의의 전문직원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학예사는 학예연구직으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학예사>라는 용어를 <미술관전문직>으로 개정하여 학예실 뿐 아니라 전시과, 섭외교육과, 보존과학실 등의 모든 부서에 전문인들을 채용하는 근거를 확실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의 문제는 박물관미술관 전문인들의 취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학예사 자격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는 박물관 및 미술관은 “학예사를 둘 수 있다”로 되어 있어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들의 진로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해석하 자면 두어도 그만 안 두어도 그만이다. 따라서 “학예사를 두어야 한다”로 바꾸어야 한다는 작금의 지적은 타당한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력이 활동하게될 박물관미술관과 관련단체의 불확정성에 있다. 1000개소의 박물관 시대를 열겠다던 정부의 야심은 정보화가 추진되면서 업무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용도 변경된 <문화의 집>의 숫자를 계산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국에 산재한 문화의 집의 운영실태를 보면 대부분 기대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전문인력들이 없기 때문이며 정부는 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미술문화의 대중화와 지역확산을 위해 문화의 집에 전문인력 배치를 제도화 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학예사 자격제도 시행 3년째를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제도의 법률적 근거인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다시 부분적으로 손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은 필자만이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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