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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한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의 의미

이원일

비엔날레는 기존의 미술관, 화랑중심의 전시문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유형의 문화행동이다. 그것은 기존의 컬렉터 중심의 미술수용방식이나 미술관 관람객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관객을 위한 수용문화를 창출해내는 문화 이벤트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러한 이벤트를 통해 동시대 시각문화를 담론화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고 각종 실천적 의식과 이념이라는 슬로건들이 표방되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12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비엔날레, 트리엔날레들의 존립 근거들은 어떻게 규명되어야 할 것인가? 그러한 물음에 대한 유효한 해답은 결국 각 개최지의 특수한 지리적 장소성의 개념에 대한 강조보다는 외부세계로 확산되는 입체적 네트워킹의 구축을 통해 개방지향적 담론의 총체적 컨텍스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한 목적은 궁극적으로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의 문제로 귀착된다.

즉, 비엔날레란 네트워킹을 실험하는 가능성들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란 고정적,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문화적 행동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한 시도가 전시를 통해 극단적으로 실험될 때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예단해 볼 수 있고 새로운 사고의 인자들을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다수의 비엔날레들이 전지구적 차원의 넓은 시야를 확보하되 동시에 행사 주체들의 인간적 네트워킹과 독자적 성격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는가가 전시의 질을 결정짓는다.

물론 현재 팽창과 확산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의 비엔날레의 포화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엔날레 무용론자들의 공통된 견해들은 대략 미술의 표준화 현상에 대한 우려와 미술 정치의 권력화에 대한 경계로 압축된다. 즉 각 비엔날레들에서 스타 큐레이터들과 작가들이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도모하여 자기복제세포의 확장과 계승에 의해 궁극적으로 세계미술의 표준화라는 부작용을 생산해내고 종국에는 국제양식이나 국제주의의 표본을 양산하는 쇼비니즘적 수사의 남발이 우려된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또한 활자문명에서 영상 중심문화로 문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국의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지 개선과 관광,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 고부가가치의 문화 인프라를 추구하는 새로운 마케팅과 홍보의 전략적 도구로 비엔날레의 창설을 서두르는 현상들도 신생 비엔날레 설립의 배후에 노정된 정치적 목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표피적 현상에 대한 일차원적 진단을 넘어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필자는 비엔날레 무용론보다는 비엔날레를 향한 열정과 에너지의 긍정적 파급효과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문제는 한국의 비엔날레들이 서구의 열강의 식민지 잔재의 완전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역사적 시·공간의 맥락속에서 이제 새로운 선택권을 가진 주체임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문화적 패권주의의 포석을 두려는 또 하나의 중심으로서의 헤게모니 쟁탈에의 가세가 아니라 권력화된 서구의 비엔날레 정치학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새로운 가치체계의 구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즉 권력생산의 연대구축을 모방하여 기존의 서구 비엔날레 시스템의 모순을 따라가는 또 하나의 아이러니를 양산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현존하는 시스템을 초월하여 지역성과 보편성이라는 이중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조율해 나가면서 전복을 통한 새로운 문화지형도를 그려나 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구 비엔날레의 게임의 논리를 비트는 방식과, 서구 비엔날레와 동일한 게임의 논리로 문화게임을 시도하는 양날의 방식으로 동시에 유효할 수 있겠으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성적 가치의 계승과는 궤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이 비엔날레를 통해 새로운 가치체계를 모색한다는 일은 자신의 역사와 언어, 기억, 장소에 깊이 뿌리한 우리 고유의 정신적 근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나, 동시에 출생지라는 지역성을 초월하여 그 관점을 세계와 인간의 내적 성찰의 문제로 결부시키는 역동적 전환과 대안적 사유의 지평을 열어가는 개방적, 창조적 결합모델의 제시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세계화시대에 미술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전지구적 공통화두에 대하여 세계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우리 비엔날레의 비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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