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미술시장을 보면 작업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몇이나 될까?

큐레이터란 일을 하는 동안 자주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미술계의 상황에서 작가가 작업을 위해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매년 인사동만 보더라도 수많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전시는 몇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결국에는 작업 활동에 회의를 느끼며 미술계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어떻게 해야 수많은 고뇌와 열정이 베여 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을 사람들의 기억에 남길 수 있을까. 작업에만 전념하기도 벅찬 가운데 많은 일들을 작가 혼자 감당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들의 이러한 일들에 조금이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 큐레이터가 있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큐레이터는 크게는 전시 기획에서부터 작품의 수집, 보관, 교육, 홍보, 자료 조사, 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핵심적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인이다. 작가가 효과적인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전시장의 섭외에서 스케줄 관리와 효율적인 자금의 사용에 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좋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큐레이터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큐레이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독립적인 큐레이터들이 두문불출 활동하고 있지마는 미비하기 그지없다.

현대의 큐레이터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시장에서 비즈니스적인 자질과 넓은 시야를 가진 전문인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대중적인 경향을 파악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건 작가들이 좋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정확한 큐레이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본다. 누구보다 작가의 옆에서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연예인들은 전속 매니지먼트가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예능분야에 전념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관리를 해주는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스타의 모든 스케줄을 체크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예는 분명히 미술계와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작가들 또한 대중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다. 작가들 또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해서 대중들에게 문화적 양식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는 문화경쟁력의 시대이다. 멀지 않아 우리 미술계에도 작가들을 위한 매니지먼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 나라의 지적수준을 평가할 때 문화적 가치를 크게 두며 선진국일수록 문화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술계 역시 문화적 가치가 증진된다면 차후 작가나 큐레이터들에 대한 예우나 역할이 개선된다고 본다. 지금 현실에서는 미술인들의 자리는 너무나도 열악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뛰어 넘어 전문 큐레이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에서의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전문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정책적으로도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큐레이터 출신의 미술인이 미술관장에 선임되었다는 내용과 한 주요 공모전에서 그동안의 심사위원 구성을 벗어나 큐레이터, 학예사, 이론가들을 심사위원에 적극 수용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한사람의 전문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학과에서부터 현장 경험까지 하면 적어도 수년간의 노력이 소요된다. 많은 노력을 들이는 만큼 좀 더 나은 큐레이터들의 거듭나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의 뒤에서 조용히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조연의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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