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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SSUE(12) KAA(Korea Art Archives)의 공론화를 위하여

김종호

ART ISSUE(12)


KAA(Korea Art Archives)의 공론화를 위하여
: 현대미술에 있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과 그 활용방안




지난 8월 필요한 자료가 있어 Korea Art Archives(한국미술정보센터, 약칭 KAA)를 찾았다가 두 번을 놀랐다. 처음에는 한국 현대미술과 관련된 그 자료의 방대함과 정리의 꼼꼼함에 놀랐고, 이 모든 자료를 한 개인이 홀로 수 십년간 사비와 발품을 아끼지 않고 모은 것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개인적 필요와 관심, 그리고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지만 정보 및 자료의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해 무심한 나라에서 홀로 이런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한국미술정보센터에 비치된 이런 저런 자료와 최근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진행된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 진출과 우리만의 오리지낼러티를 보여줄 기반이 될 수 있는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이 바로 이 자리에서 가능함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 접한 소식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화와 국제화를 위하여 본격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 곳이 개인이 만든 자료센터라는 점, 그리고 자료구입 비용이나 향후 소장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한 지원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화예술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가뜩이나 뒤처진 현실에서 현대미술의 국제적 경쟁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몰이해와 인식 수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현대미술에서 아카이브의 중요성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는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미술서적이나 이론가들의 글을 보면 이것을 ‘독창성(Uniqueness)’이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부분적이고 편파적인 해석으로서 그 본질적 의미에 대해 오해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리지낼러티에서의 오리진(Origin)은 ‘기원’ 혹은 ‘뿌리’를 일컫는 말로서 미술작품에 있어서의 오리지낼러티라 함은 작가의 사상과 미학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 뿌리의 중요성을 살피고 나아가 어느 지평으로 펼쳐지는 지를 살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에 오리지낼러티가 있다는 것은 단지 아이디어가 새롭고 독창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의 뿌리가 견고하여 앞으로 더욱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현대미술에서 아카이브는 미술작품에 그 나라만의 오리지낼러티를 확보하기 위한 근본을 제공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세계 현대미술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기세를 높이고 있다. 이것은 물론 중국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미술시장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중국 현대미술 관련 자료들을 축적하고 전세계 미술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국제적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아시아아트아카이브(Asia Art Archive, 약칭 AAA)는 아시아 현대 미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존함과 동시에 수집한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에 설립된 곳으로서, 홍콩 소재 아카이브와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2만 5천개가 넘는 타이틀로 검색이 가능하며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아시아 현대 미술에 대한 1차 및 2차 자료를 보유한 기관 중 하나이다.

또한 AAA는 중국, 홍콩, 인도, 일본, 한국,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의 저명한 큐레이터와 비평가 그리고 연구 분야의 종사자로 구성된 디렉터 위원회와 자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아시아 현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아시아 미술에 관련된 중요한 전시를 방문하고 참여함으로써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현대미술을 세계에 보급하는 정보센터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중국은 단순히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명실공히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정신적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현대미술의 국제화와 KAA의 중요성
지금은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문화가 그 나라의 수준을 결정하며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있어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국제적 경쟁력이 부족한 대표적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국가 차원의 문화 담당기관이나 공공 뮤지엄의 국제 경쟁력이 거의 제로상태이다. 이것은 국가 차원의 문화 마인드가 부족한 탓이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둘째 국제 무대에 나가서 그들과 상대하며 활동할 수 있는 미술 전문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셋째 한국 현대미술의 가치를 해외에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자료와 서적의 절대 부족을 들 수 있다.

외국의 유명 서점들에 가보면 중국이나 일본의 현대미술과 관련된 서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저자들도 그들의 미술에 관심있는 서구인으로부터 현대미술의 전방위에 서 있는 유명 큐레이터나 학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미술관련 책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있어서 당장 시급한 일 중의 하나는 KAA를 법인화 혹은 공공기관화하여 예산 지원을 크게 늘리고, 공간도 앞으로 향 후 적어도 10년 이상의 자료수집을 예측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또한 작가나 이론가들의 연구 센터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을 개척하고 국제적으로 자료를 보급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최근 케이 팝(K-Pop)이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현지화를 위해 각 나라의 특성과 문화를 연구하고 그 기반을 다진 것에 기인하지, 그들이 우리 문화에 스스로 접근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각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지표 중의 하나인 현대미술 분야야말로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가 개인에서 부터 공공미술관까지,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국제화 및 현지화 노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미술관련 일을 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스마트하고 부지런한 민족도 없는 것 같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이제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도 결코 선진국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로 진출 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취향과 입맛으로 바라 본 세상이 아니라 그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현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전에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는 이유는 선진문화를 배워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더 우리의 컨텐츠를 세계에 소개하고 보급하기 위한 수출 마인드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비싼 대리석과 큰 공간만을 내세운 미술관의 외형 키우기나 전시행정에 급급하지말고 한국 현대미술의 진정한 국제화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를 키우는데 주력해야만 한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면 전세계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상당 수준의 자료와 기록을 보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역사적 사료를 보존하고 기록할 수 있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 속에는 우리 민족만의 정신적 유산인 은근과 끈기가 그 저변에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현대미술의 오리지낼러티를 확보할 수 있는 씽크탱크로서의 아카이브를 제대로 마련하는 일이며 한국현대미술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한국미술정보센터를 대함에 있어서도 은근과 끈기의 지혜로운 정신이 스며들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서울아트가이드 20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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