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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문화한국

박일호

정책의 안정적이고 일관성있는 추구와 집행을 위해 장관의 임기를 최소 2년간은 보장하겠다더니, 1년 4개월 된 이창동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 이유도 석연치 않다. 내놓은 정책이 있어야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문책이라고 납득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언론과의 전면전에서의 전투력 상실이 주된 이유인 것같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듯이 보이기조차 한다. 역량있는 영화감독으로서 또 의식이 있는 예술인으로서 문화부의 사령탑을 맡은 것에 대한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언론과의 싸움에만 전념하는듯이 보이더니 정말 가려 하는가? ‘코드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의 확신으로 문화기관들의 체질개선에 앞장을 서더니 그 사단을 통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의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물러나려 한다는 말인가? ‘좋은 영화감독 한 사람만 버려 놓았다.’라는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자조 섞인 푸념만을 남긴 채 퇴장하려 하는가?





그런데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물러나는 마당에 ‘창의 한국-21세기의 문화비전’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야 문화현장을 포괄적으로 이해했다는 것인지?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아 아쉬움이 더 남는다. 향후 5년간 13조원을 들여 정책을 집행해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13조원이란 돈은 문화관광부의 일년 예산인 1조의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한다. 문화부 일년 예산이 1조라 하지만 실상 그중 60퍼센트인 6000억원 정도는 인건비와 경상경비에 해당할 것인 바, 사업에 쓰일 수 있는 예산의 30배에 달하는 금액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과연 금액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기에 현실성이 없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업들 중 하나인 당인동 화력발전소를 젊은이들의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방안이 다른 부처와 협의가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꿈만 꾸어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매년 복합문화공간 20-30개 건립, 작은 생활 도서관 30- 50개 건립, 국립현대미술관 도심으로 이전, 국립 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 운영 및 처우개선, 국악 원형탐구 및 창작물 개발등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찬 계획들이 왜 이제야 쏟아져 나오는지 애석하기도 하다. 산중에 마치 마법의 성처럼 자리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도심이전 하나만 보더라도 진작부터 추진되었어야 할 것들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전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할 것이라는 의견만은 덧붙이고 싶다. 과천의 기능과 도심으로 이전되는 미술관의 기능 분화를 통해 우리나라 미술을 대변하는 미술관 조직으로 확장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이다. 한국적인 문화적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국악의 원형탐구 및 창작물 개발은 또 얼마나 멋진 구상인가? 복합문화공간, 작은 생활 도서관은 어떻고?
이런 점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화한국의 청사진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을 하지만) 필자는 믿어 보고 싶다. 의심하는 것 보다 속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으로 믿어 보고 싶다. 이 장관의 말처럼 듣기만 해도 기분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해서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공론화가 작은 실현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의지로 어는 누군가에 의해서 바뀌어 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다 이루어 질 수는 없을지라도 그 일부만이라도 이루어 진다면 이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이기도 하다. 장관이 바뀐다 하더라도 정책이야 문화부 관리들이 집행하는 것일테니까? 장관이 바뀌었다고 그 관리들이 이 계획을 백지화하지는 않겠지?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이창동 장관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이미 발표한 정책의 실현가능성들을 좀더 다져 놓고 마련하고 제시하는 일들을 덧붙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관들도 인수인계(?)라는 것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인수인계를 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경험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 정책들이 우리 문화현장에 정말 필요한 것들이라는 견해를 심어 놓고 떠나야만 할 것이다.

<새 장관은 누가 될까? 이창동 장관과 개인적인 코드는 맞는데 정책적인 코드가 다른 사람이 된다면 큰일인데. 또 다시 그 사람도 물러날 때 쯤에서 ‘문화한국’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들고 나오고 그 새로운 청사진을 또 듣기만 하게 된다면 안될테니까 말이다. ‘문화한국’은 그렇게 말로만 반복되고 듣게 될 만큼 우리에게 가벼운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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