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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미술관 전시와 어린이 관람객

임근혜



과거의 미술관이 개인적인 관심 영역에 한정된 예술작품의 수집과 보존에 주력하여 폐쇄적인 개념을 띄었던 것에 반하여, 오늘날의 미술관은 소장품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그 가치와 내용을 관람자에게 전달하여 대중 교육에 기여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여가 시간의 증가와 문화 향수 기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미술관 관람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화된 관람객의 요구에 발맞추어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유형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 감상을 위한 전시뿐만 아니라 체험적 전시를 지닌 형태로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동적 감상자보다는 능동적 참여자이기를 바라는 관람객의 요구는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참여 또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호응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미술관에서 단순히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머릿속에 간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이를 내면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여나 체험을 위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작품 감상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전시 안내 프로그램에서 직접 작가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창작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최근 국내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단체 관람객을 위한 미술 전시 매너 및 감상법 교육, 작품 설명회, 전시와 연계된 워크숍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미술관은 대상층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특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미술관의 전시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는 이미 전반적으로 공유되어 있으나, 초 ? 중 ? 고교 미술 교육 과정에서 미술관 견학을 강조하면서 단체 견학이 늘어나고 있고, 주5일 근무제의 확대로 가족단위 관람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볼 때, 아직까지 양적으로 질적으로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길잡이 역할에 따라 미술관이 문화적 향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는 반면, 알 수 없는 작품들 사이로 이리저리 등떠밀려 다니던 불쾌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런던 테이트 갤러리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어린이 담당 에듀케이터가 유치원생 어린이 십여명과 함께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 앞에 앉아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욕조 안에서 여자가 목욕을 하고 있네요. 이 그림 속 장면은 아침일까 저녁일까?” 이러한 질문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자기 생각을 말하기 바쁘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는걸 보니까 아침일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을 색으로 표현했구나.”하며 대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인상파’에 대한 자연스러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술사적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직접 보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작품을 스스로 읽어내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한 적극적인 감상 활동은 어린이들을 비롯한 관람자들이 타인의 작품과 창작 활동에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예술작품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게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체 견학’이나 ‘학교 과제’의 명분에 떠밀려서 줄지어 다니며 노트 필기에 열중하는 학생들이나 놀이터인지 미술관인지 분간을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미술관의 기능과 예술의 의미를 제대로 일깨워주기 위해서, 그리고 문화향수를 위하여 좋은 전시와 더불어 그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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