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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지역의 미술현장과 기록을 위하여

김종길

미술관 학예연구직을 시작하면서 서울을 벗어났다. 남양주시 마석에 위치한 모란미술관이었는데, 이곳에서 3년 넘게 일을 하며 지역의 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마석과 금곡, 의정부, 양평, 청평에서 작업중인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2002년 경기도 제2청사가 의정부에 개청하면서 의뢰한 ‘개청기념전’을 <경기북부의 회화와 조각_금빛날개>로 꾸리면서 여러 지역의 현장에서 활발히 작업중인 작가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작년 9월, 경기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거처도 수원으로 이사했다. 내려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것은 재단의 직업적 임무와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다. 학예직을 수행했던 직업적 습관과 미술비평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일은 내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이론가로서 뿐만 아니라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서 어떤 안타까움을 맛보아야 했다. 거의 매 달 나는 전시리뷰와 작가론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전시이며, 이미 독자적 예술세계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에 대한 작가론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벗어 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전시리뷰나 작가론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서울에서 전시를 꿈꾸는 것은 아마도 미술지의 어느 한편에 리뷰라도 실리거나 운이 좋아 조명을 받기를 소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작가들은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지역의 갤러리에서, 생태공간에서, 혹은 그들만의 의미 있는 장소에서 토론하고 씨름하며, 일을 꾸미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에 관한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 다는 것이며, 평자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술지의 지역섹션은 페이지의 반을 넘지 않거나 그 정도에서 머무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흥미유발, 높은 작가정신, 작품세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평가와 연구, 기록을 무시한다면 우리 미술계는 넓게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담론지나 평론지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면 활동기록지여도 아무 상관없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에서 활동할 기획자와 이론가들이 있어야 한다. 작가들과 만나 얘기해 보면, 그들과 함께 가는 비평가가 없음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 곁에서 부딪히며 일을 꾸미고, 기록하고, 의미부여를 해 줄 평론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문화예술정책입안자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찾아야 하리라. 비평집을 묶어 주거나, 작가론을 연계한 원고료 지원, 독립큐레이터 활동 지원 등과 같은 지원책을 말이다. 지역미술사의 건강한 기록과 현장을 위해선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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