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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박물관과 관람자

김영나

올해 광주 비엔날레에 처음 도입된 개념이 참여 관객이다. 관람객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작품 과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광주 비엔날레에서 관객이 실제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참여 했는지는 알기 어려웠으나, 최근 ‘관람자’는 미술에서의 중요 개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람자 우선’의 개념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부분은 공공미술로 이것은 공공의 장소 자체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미술관 역시 고고하게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자들이 감상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관람자들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게 되었다. 이것은 18세기말에 미술관이 일반에게 첫 공개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서양에서 처음 공공 박물관이 생긴 것은 1793년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압수한 귀족과 교회의 미술품들을 루브르 궁전에 모아 공개하면서 미술은 처음으로 일반 다수 관람자와 만나게 되고, 미술 작품은 몇몇 부유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재산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후 박물관, 또는 미술관이 유럽에서 속속 등장하면서 미술품 전시는 근대적 경험의 새로운 스펙타클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일반관람자들을 미술관에 들어오게 한 이유는 이들을 훈육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이들은 선술집이나 여관에서 하는 것 같은 행동은 엄격히 금지당했고, 먹거나, 마시거나, 침을 뱉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욕을 하거나, 더러운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19세기의 영국의 철학자 죤 러스킨은 “미술관의 역할은 노동자들이 술과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는 대신 도덕적으로 절제된 삶을 살수 있게 돕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의 미쉘 푸코 같은 철학자는 이러한 행위의 규제는 결국 사람들을 순종시키기 위한 근대 국가의 권력의 행사로 보았다.
불과 1.2.백년 전의 이러한 ‘관람자 길들이기’는 이제는 ‘관람자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180도 바뀌어버렸다.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쾌적한 여가의 공간으로, 카페, 뮤지움 샾. 영화관 등의 다변화를 꾀하며 사람들을 유인한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이들을 위하여 최근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실제 체험하고 만들어보는 여러 가지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들이 전시된 작품 앞에서 학생들을 앉게 하고 질문과 토론 식 교육을 하는 것이었고 우리도 언제 저런 식의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인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과 세계적인 추세를 잘 알고 있더라도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 최근 대학박물관장이라는 직을 맡고나서 느낀 점이다.




학생 단체 관람객 문제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일 년의 관람객 숫자가 약 9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반 이상은 초.중.고등학교 단체 관람객이고 지방에서 수학여행을 오는 학교들도 많다. 서울대 박물관을 찾는 학생 단체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일반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달리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 이외에도 서울대학교라는 명문대학을 한번 구경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왔다가 박물관에 들러 본 것이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그 동기야 어쨌든 박물관을 둘러보고 교과서로만 알던 여러 시대의 유물이나 작품들을 실제 보고 느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기에 우리로서는 매우 귀중한 관람자 층이 아닐 수 없다. 어려서의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가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학생 관람자들의 태도는 상당히 문제가 많다. 어린 학생일수록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고, 중 고등 학생들도 열심히 보지 않고 전시장을 쓱 한번 흩어보고 나가버린다. 시끄러울 뿐 아니라 진열장 밖에 노출된 작품들은 꼭 만져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데에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18세기 관람자 길들이기 방법을 다시 되돌려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행동을 목격할 때다. 외국 미술관의 경우에는 전시장 안에 수위가 여러 명 배치되어 있어 주의를 줄 수 있는데 대학박물관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숙제를 하기 위한 학생들이 찾아와서는 전시장을 갖다왔다는 증거물로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들도 최근에는 많이 눈에 띄인다.
교육기관인 대학박물관에서도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단체 관람객들이 올 때마다 대학원 연구 조교들이 나와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작품 설명을 하고는 있으나 감상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박물관 측과 초.중.고등학교와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솔교사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 같고, 박물관 입장에서 보면 학생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버스 몇 대가 갑자기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조용하던 박물관 안이 갑자기 시끄럽게 되고 몇 안되는 박물관 조교들이나 직원으로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약을 하거나 인원을 한번에 20명 이내로 나누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서울대 박물관 측에서는 현재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실제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는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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