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3)진정한 큐레이터의 존재를 위하여

한미애

오늘 날 우리 주변에서는 실로 다양한 수많은 축제들을 볼 수 있다. 스위스 과일축제, 미국 게이축제, 영국 맥주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던지기 페스티발, 프랑스 집시축제를 비롯하여 부천 조명축제, 여수 도자기 축제, 충주 호수 축제, 제주 세계 섬 문화축제, 부산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바다 밖에서나 안에서나 모든 울타리 내외에서 뚝딱거리고 있는 문화 건설현장의 바람은 실로 거세다. 특히 인간의 기본 생활의 욕구가 만족되면 인간 풍요의 귀결은 문화로 집약된다는 점에서 이미 불기 시작한 문화 전쟁의 바람은 칼날보다 퍼런 서슬과 총부리보다 예리한 과녁판을 드세우고 있는 듯 하다.
문화 건설의 바람이 거세질수록 각 지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중은 보다 많은 골라먹는 재미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에 대한 안목의 향상을 경험할 수 있을테니 문화 전쟁은 이론적으로 이로워 보이기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의 질에 있다. 저토록 범람하는 문화 행사 속에 각 지역이 드러내고자 하는 제 것이 얼마나 알차게 들어 있으며 그것은 얼마나 성의 있고 개성 있게 살아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실로 각 지역의 문화 행사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잘 차렸다고 소문난 지역의 그것들을 다분히 흉내내기에 그치고, 연중행사처럼 정기화 시키기까지 한 행사들도 그저 특정한 시기의 관광객 유치만을 노리는 상업적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가시적이고 일회적인 깜짝 세일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너무 불시에 몰아닥친 문화전쟁의 전장(戰場)에서 체계적인 사전준비도 없이 우후죽순 간판부터 달고 보는 성급한 습관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짚어 보아야 할 것은, 국내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문화 경쟁의 구도에 한 다리를 걸어도 좋을 만큼 우리의 문화적 시스템이 온전히 구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학예사 자격제도 개편

얼마 전에 선진 문화 시스템 사례연구 차 일본의 교토시 아트센터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곳에는 각 장르별로 담당 기획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각 기획파트마다 업무 보조를 위한 행정직이 체계를 잡고 있었다. 장르는 고사하고 각 미술관의 전담 기획자라는 개념조차 불투명한 우리나라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명색이 기획업무를 하는 입장으로 다녀온 사람으로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폐쇄적이고 정보 교류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의 미술 행정풍토에 대한 재고의 노력이 매우 절실하다.
큐레이터는 유연한 행동가이다. 작가에게도 화랑에게도 의존하지 말고 그의 예술세계를 처음으로 발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의연하게 신예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학예사 자격제도 개편에 따른 자격제도는 등급별 자격 요건과 등급별 자격 취득 요건이 부적절하여 학예사의 자질에 대한 기준을 정비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있지 못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되어 학예사 자격증이 유명무실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항에서는 자체적으로 각 지방대학에 미술관 및 미술행정 전문인력 양성학과를 설치 지원하고, 지역 내에서는 전문인력 수급의 자생적 기반을 조성하며 공. 사립 미술관 확충에 따른 전문인력 수요 증가를 감안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미술관의 정보교류를 통한 등록미술관, 사립미술관 전문인력 연수프로그램 확대와 보다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미술관 전문 인력들의 상호협력 시스템을 마련하여 협의회 결성 및 지원 등 직능별 정기 워크숍 개최를 통해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네트워크와 교류 확대 사업을 지원하고 미술관 종사 희망자에 대한 인턴제도 확대 미술관 업무의 전문화ㆍ세분화 양성과 확충이 시급한 만큼 학예사 자격제도와 학예 연구직 공무원 임용규정을 개편하여 미술관 인력의 전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5년 이후, 학예사 자격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박미법 개정, 미술관 재직자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록미술관 인턴제도 운영, 지원 미술관 재직 전문인력 간 직능별 워크숍 개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위의 제안들은 우리나라의 미술행정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개조하고자 하는 제도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대안이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장래 큐레이터들의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단단한 프로의식이다. 바야흐로 지구촌화 시대다. 아니 초우주의 시대다. 클릭 한번이면 실시간으로 눈앞에서의 현란한 댄스가 펼쳐지고, 미처 잠드느라 보지 못했던 지난밤의 특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시대에서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면, 이미 늦는다. 천양지차로 벌어지는 시대감은 어차피 잡을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전쟁 시대의 경쟁력은 자신의 분야에서 타를 압도할 수 있는 자생력이다.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는 항시 더듬이를 세우고 가장 민감하고 가장 지적이며, 가장 유연하게 살아있어야 한다. 특히 자칫 대중에게 어렵다는 오해를 받기 쉬운 미술계에서는 무엇보다 대중을 꿰뚫을 수 있는 관심법에 통달해야 한다. 대중의 기호에 휘둘리는 무늬만 관심법이 아니라, 대중의 기호를 몰입시키는 진정한 관심법을 연마해야 한다. 미술 활동을 사회의 일부로 자리매김시키고, 사회의 제반 흐름을 규정하는 듯한 경제의 동향에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