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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적극적인 관객개발을 위한 인사동 갤러리투어

양지연

요즘 나는 학생들과 작지만 가슴 벅찬 일을 꾸미고 있다. 인사동 거리에서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에 그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를 선정하여 관객들에게 해설을 제공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 그 것이다. 오후 1시와 3시에 안국역 초입의 동덕아트갤러리 앞에서 모여 그 주에 선정한 전시장으로 출발하는데, 3명도 좋고 30명도 좋고 그 시간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약 1시간 가량의 현대미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 11월 20일의 첫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앞으로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착안한 이유는 간단하다. 길이 700미터 정도에 불과한 인사동 거리에는 70개에 달하는 전시장이 밀집해 있고, 한 달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의 40-50% 정도가 이 곳에서 열리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술의 중심지가 다변화된 요즘에도 여전히 인사동은 동시대 미술문화의 메카이자, 역사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곳이다. 더욱이 1999년 이후 문화의거리로 정비되면서 인사동 거리는 주말이면 하루 평균 7만 명 이상이 찾는 대중적 명소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인사동 인파와 전시 관람인구

그러나 무수한 전시가 열리고 수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이 둘의 인과관계는 회의적이다. 아트 상품 판매와 찻집을 겸하는 몇 군데 길목 좋은 전시장 외에는 인사동 거리의 활기와 전시장 내부의 적막함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제는 미술 전시에 다소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쩌다 들어가 본다 해도 환영받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에 머쓱해서 나오기 일쑤이다.
미술과 전시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심과 기대를 갖고 인사동을 찾지만 결국은 길가의 잡다한 볼거리로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가는 많은 (잠재)관객들. 그리고 미술에 관심 없는 일반대중과 침체된 미술시장을 난감해 하는 전시장들.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는 또한 인사동의 지역적 문제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인기는 얻었지만 더 이상 고즈넉한 문화의 향취를 음미하기 어려워 진 인사동을 조금이나마 문화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인사동의 전시장들이 대부분 작품 판매나 전시장 임대를 주 목적으로 하는 상업 화랑이라는 점에서 이와 무관할 듯한 대중들에게 무심한 것은 경영 원리로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1960년대 후반부터 뉴욕 소호에 몰려 든 갤러리들이 이 지역에 각종 식당과 고급 샵들이 들어서면서 높은 임대료와 번잡한 환경을 피해 90년대 이후로는 다시 첼시라는 지역을 개척하여 옮겨간 예를 봐도, 항상 대중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려는 현대미술의 전위적 속성으로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호의 상업화와 인사동의 그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품 창고 지대였던 소호가 고급 상업지역으로 번화하게 된 동인은 바로 갤러리들이었다. 수준 높고 다양한 동시대 미술을 발굴하는 갤러리들과 이를 찾는 미술문화 대중들로 인해 소호의 상품 가치가 높아지고 기타 상업 시설이 들어선 것과 달리, 우리는 상업 논리에 전시장과 미술문화가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블록버스터 형 전시가 아니더라도, 작품과 전시, 미술문화의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고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는 요원한 것인가.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가정과 직장에서도 그 체험을 연장하려는 욕구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도 있지 않은가. 혹은 대안공간들에서 열리는 보다 실험적인 예술행위를 통해 창작의 개인적, 사회적 의의를 좀더 폭넓은 대중과 공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미술에 대한 대중적 욕구의 확인

이러한 배경에서 생각한 처치법은 관객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인솔하여 함께 가는 것이었다. 전시의 이해와 체험을 돕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방법은 무엇보다 직접 설명해주는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전시를 설명하는 도슨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인사동 거리를 하나의 큰 전시장으로 보고,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전시들을 조합한다는 의미에서 프로그램의 명칭도 <인사동 전시퍼즐>로 정했다.
이를 위해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이 6개월간의 스터디와 수요조사를 거쳐 프로그램의 틀을 잡았으며, 전시 선정, 전시 연구 및 작가 인터뷰, 스크립트 작성, 홍보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물론 현장 실무자들의 협조와 격려에 힘입고 있다. 아직은 미숙한 점이 있고, 대학인의 사회봉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선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참여자들이다. 진행자의 손을 부여잡고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하는 분에서부터 주입식 설명보다는 좀더 토론을 유도하는 진행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는 주부, 시종 진지한 눈빛으로 참여하며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40대 부부, 며칠 뒤 홈페이지에서 설명이 미진했던 부분을 추가로 질문 하는 대학생 등 반응은 다양하다. 때로는 예리한 질문으로 진행자를 긴장하게 하는 관객들도 있고, 토론을 유도해도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워 힘들었던 그룹도 있다. 확실한 점은 많은 관객들은 지식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사고하고 이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진지한 욕구들을 체감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갖고 토요일 오후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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