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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생산자와 소비자의 인터페이스

이선영

자본의 시대에 보편성을 띄는 것은 바로 시장이다. 보편화된 시장에서 예술가들 또한 사회적 분업에 참여하여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사회적 소통에는 작품의 의미 뿐 아니라, 예술가의 노동에 대한 물질적 대가도 포함된다. 작가 또한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은 이러한 사회적 교환작용의 면에서 본다면 무풍지대인 듯하다. 경기의 침체와 미술시장의 침체 훨씬 이전부터 작가들의 생활의 침체가 있었다. 미술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개인전을 몇 번 치르고 중견 작가가 될 때까지도 작가 개인이 홀로 쏟아 부어야하는 물적, 심적 에너지는 너무나도 크다. 문화적인 부화뇌동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미술계가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도 상당부분은 작가 개인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투자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생산 소통되어야할 예술이 작가 개인의 의지에만 기대는 현실은 한계가 있다. 가령 우리사회에서 출산 및 육아를 개인에게 모두 짐 지운 나머지 출산율이 급속히 감소하여, 머지 않은 장래에 사회적 노동인구가 부족한 고령화 사회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듯이 말이다. 물론 우리사회에 미술대학, 미술학원, 화랑, 미술관, 미술전문지, 비평 등 미술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재생산 시스템은 작가가 생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여건을 제공해 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위해 작가를 들러리로 세우는 경향이 크다. 냉소적으로 말해, 우리사회에서 작가란 존재는 재생산 시스템에 의해 소모품처럼 쓰여지다가 방치되기 십상이다.

현대 사회의 전반적인 분업화, 전문화 추세 속에서, 지금처럼 대학이나 학원같은 곳이 작가의 유일한 생업 전선이 된다면, 미술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창작과 교육은 엄연히 다른 차원인데, 양자가 혼동되면 가진 자가 나머지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되고, 작품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장식과 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미술이 자생력을 확보하려면 전업작가들이 많아져야 하고, 미술이 전업이 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활발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 되지 않는 화상이나 컬렉터들, 그리고 언론 편집자들의 취향에 맞추어 작품을 생산, 판매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위기라고 진단하는 것은 시효가 끝나가고 있는 것에 대한 뒷북치기 일지도 모른다.




상업 화랑에서 매체에 집중 홍보전을 해서 작가를 띄운 다음, 개인에게 판매하는 식의 미술시장이 죽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의 모든 부분이 체계화되고 있는만큼, 생산과 소통을 매개하는 재생산 조직의 검증을 받고, 검증을 받은 작품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바로 그 예술작품을 낳은 사회 곳곳에 제대로 위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절실하다. 현재 미술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은 개인도 기업도 아니고, 국가나 공공재단의 지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문예진흥원을 비롯하여 공공 문화재단의 지원에 의해 주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투자방식에 따라 한해 미술농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것은 시장과 비평이 침체된 현실에서, 공적 지원금을 받기 위한 치열한 전략전술이 작업을 대신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예술이란 선물, 덤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상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선물이나 덤에 가격을 매길 수 없듯이 예술 또한 그렇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유통시키는 재생산기구는 엄연히 합리적 원칙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미술시장은 개인 소장자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미술이 필요한 공공의 무대 진출을 위한 매개가 되어야 한다. 가령 개인 소유의 방식보다는 공공기관이 미술작품을 매입하여 임대나 위탁 관리하는 방식도 바람직하다. 그런의미에서 곧 실행될 예정인 미술은행 제도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만 보장된다면, 훌륭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밀도 있는 개인작업과 합리적인 시스템과 행복하게 만날 때 미술작품은 사적 소유의 회로에 갇히지 않고, 진정한 공공성과 자생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The harder artists work, the healthier becomes the art world and the art market. As producers in the art market artists strive in vain to be self-reliant in the system of the capitalistic economy. Thus they need support.
In Korea the largest support for the artists is provided not by commercial galleries or private business but by the government and public foundations. As a matter of fact, one could even say that the future of Korean art and culture lies in the hands of certain institutions, such as the Korea Culture and Arts Foundation and other public foundations.
Even though the public funding produces side effect for some commercial galleries and artists to be flattery and benefactor-oriented, we can expect the newly launching Art Bank system to improve the working conditions of artists and stimulate the inert art market if impartiality and transparency in the operation of the fund are guarant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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