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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장작가마의 국제적 추세에 대하여

박순관

필자는 1999년과 2004년 9월,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렸던 [국제장작가마 컨퍼런스]에 참가하여 우리의 장작가마에 대한 구조와 우수성, 그리고 거기서 구워지는 작품들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의 찬란한 도예 역사에 비하여 오늘의 장작가마에 대한 현실은 그리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불과 30여 년 사이에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완성율이 높은 개스가마와 전기가마에게 전통 장작가마의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부터 장작가마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도예가들이 늘어나면서 가마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대부분 열효율이 좋다는 봉우리 가마를 이용하여 유약을 바른 작품들을 구워내고 있다. 더욱이 소성시간을 점점 줄여감으로써 장작가마만의 독특한 효과를 외면한 채 그저 장작가마로 구웠다는 상징적 효과만을 내세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의 대학들마저도 다르지 않다. 이는 현재의 국제적인 장작가마의 추세와는 반대 성향이랄 수 있다. 그들은 과학적으로 우수하다는 봉우리 가마(登窯)를 점차적으로 버리고 있으며 대부분 일본식의 아나가마(穴窯. 우리의 뺄불통가마와 거의 같은 구조)를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일본 도자기인 시가라키 야끼(信樂燒)나 비젠 야끼(備前燒)를 따르는 듯한 느낌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유럽 고유의 소금구이나 그 외의 새로운 기술들과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하며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즉 도시의 도예가들을 위하여 개스가마의 형태를 가지면서도 장작가마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 소성시 가마 안에 물을 넣어 열효율을 높이면서도 환원효과가 뛰어난 아쿠아 가마(aqua kiln) 시설을 한다던 지, 소성 막바지에 도자기 위에 갈탄을 쏟아 넣어 자연적 무늬를 내는 방법들, 심지어는 가마의 구조는 그대로 간직한 채 기존의 단순한 가마 형태에서 벗어나 멋진 건축과도 같은 환경도예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들, 등 작품에는 예술적인 효과를 올리는 동시에 시설에 있어서는 더욱 과학적 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들이 돋! 보인다.

다시 강조하건대, 현재 세계 장작가마의 추세는 작품에 유약을 바르지 않은 무유의 상태에서 3일 이상 일주일간 소성함으로써 나뭇재가 수없이 날아가 기물에 붙게 하여 자연유의 효과를 기대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가마 구조에 있어서도 뺄불통가마(약칭 통가마로서 터널 모양의 가마)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그 동안 열효율이 좋고 소성 성공률이 높아 청자나 백자 등 고급 자기를 구워온 봉우리가마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가마 건축재료에 있어서도 열효율이 높은 단열벽돌보다는 내화벽돌을 이용하고 있다. 가마의 크기에 있어서 길이는 점점 짧게 하고, 아궁이는 거의 서서 들어갈 정도의 높이로 크게 하며, 경사도는 낮추거나 아예 없애기도 한다. 때문에 소성 시간은 점점 길어져서 예전의 3-4일에서 현재는 일주일 정도를 때는 작가가 늘어가고 있다. 모두가 일품도예를 지향하는 도예가들이 짧은 시간(?)에 생기는 자연유의 효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더욱 변화무쌍한 색상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개스가마나 전기가마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유의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작가들이란 마치 세상을 살아가는 도인의 경지와도 같아 보인다.




아직도 봉우리 가마를 선호하는 우리의 경우에는 소성시간마저 점점 짧게 하고 있는 도예가들이 있다. 하루는커녕 이젠 8시간 안에 5칸의 가마를 끝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기는 반면 개스가마 작품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면효과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겐 뺄불통 가마란 지나간 시대의 가마로서 하품, 즉 기와, 토기, 옹기를 굽던 열효율이 낮은 가마로만 생각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훌륭한 도자문화를 일본에 전해준 우리가 이제 와서 국제적 추세라 하여 뒤따라 갈 필요가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도예가들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대의 작품세계는 변하고 있고 장작가마를 통한 자연유의 세계는 이미 대세로 굳어 가는지도 모른다.

세계의 도예가들이 사용하는 우수한 가마들을 간직한 우리에게는 서양인들이 흉내내지 못한 신라 토기와 조선의 질그릇 옹기 등 예술성 높은 것들이 많다. 제주도 옹기의 아름다움 또한 비젠야끼에 못지 않다. 특히 자연유의 상태와 완전한 꺼먹이의 조화를 이루는 소성 기술은 앞으로 잘 이어나가야 할 분야라 하겠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이며, 그러한 기술을 이어받아 예술적으로 강조를 한다거나 승화시켜야 할 도예가들의 의무만 남았을 뿐이다.

돌이켜 보건대 지금까지 우리의 현대도예가 중에 가장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꺼먹이 토기, 옹기, 제주 옹기의 맛을 내는 도예가가 과연 몇이나 있었는지에 대하여 반성하고 되새겨볼 일이다. 이는 곧, 조선시대 막사발에 나타난 기술적인 여러 흔적들을 그저 하찮게 보았다가 몇 백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의 많은 도예가들이 부랴부랴 정호다완을 비롯한 막사발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도 신석기시대 이후로 7000년 역사에 남아있는 도예의 흔적들은 부지기수이다. 이를 찾아 연구하고 우리만의 것을 찾아 국제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바로 우리 도예계들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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