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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무엇이 작가를 스타로 만드는가?

이대형

5월 28일-31일 일본 Base Gallery, 6월 13일-15일 Gallery Iseyoshi, 6월 18-21일 Gallery Goyanagi 관계자가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두 가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찾는 것, 다른 하나는 자기 화랑의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을 처음 왔다는 이들의 짧은 여정은 인사동, 사간동, 청담동의 전시장을 모두 훑어 보기엔 충분치 않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한국 현대 미술의 현장을 '활기차다', '살아있다' 그렇지만 '너무 비싸다'고 바라 보았다. '너무 비싸다?' 많이 들어본 불평이다. 갤러리 큐레이터로 5년 가까이 일했지만 작품을 구입 한다는 것은 필자 자신에게도 대단히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어깨를 짓누르며 그 앞에서 끝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장본인. 바로 '너무 비싼' 작품을 바라보며, 그 첫 문턱을 넘기란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필자는 5년이 걸렸다.

서두가 길었다. 하지만 무엇이 스타 작가를 만들어 내는가의 첫 번째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바로 마케팅이다. 홍보-전시-판매라는 지극히 단순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돌아가는 미술 시장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에 있다. 오직 작품 판매 만이 이 단순한 공식을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계에 처음 데뷔하는 젊은 작가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작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물론 상업적 수완이 매우 빼어난 갤러리에서 온갖 물량 홍보와 탄탄한 전시 준비를 통해 데뷔하는 몇몇 작가들의 경우 처음부터 100호 한 점에 500만원-600만원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특별한 경우이지 일반적인 예는 아니다. 한 점에 천 만원 하는 작품이 매진되는 인기 작가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선 한 점에 100만원 이하에 팔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처음 출발이 중요하다. '내 작품이 저 작가와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지'라는 자체평가만 가지고 시장 원리를 무시한 체 높은 가격을 고집다면 단 한 점도 판매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가격을 낮출 수 없기에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앤디 워홀 역시 처음 데뷔에서 몇 년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낮은 가격에서 시작하였음을 명심하라. 작품의 가치는 작가와 컬렉터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코 시간과 재료비, 노동력에 비례해 가격이 결정되는 양탄자가 아니다.
<실제로 2005년 현재 개인전 5회 이상의 30대 중반 한국의 젊은 작가 작품 가격과 같은 조건에서 일본의 그것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20-30% 비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일본 화랑 관계자들 역시 작품 판매가 저조하다고 한탄한다. 그래서 그들이 필사적으로 눈을 돌이고 있는 곳이 바로 해외 시장이다. 화랑은 많고 작가는 더 많다. 그러나 쉽게 늘어 나지 않은 것이 컬렉터이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유럽의 현대미술시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일본의 암울한 미술시장의 현주소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거품으로 가득했던 화려했던 옛 추억을 향수하며 여기서 안주하기에는 현실은 냉혹하다. 그래서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인 마케팅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다양한 작가가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콜렉터가 있다. 한국에서 실패했어도 독일에서 성공하는 예가 있고, 한국에서 잘 팔리는 작가가 중국에서는 안 팔린다. 작가를 포장하고 프로모션하는 전략과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역시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취향과 선호하는 색상, 경향은 엄연히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작가를 홍보하고 수출, 수입하는 전세계 메이저 갤러리의 숫자는 이미 2000 여 개를 넘어 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에서 두바이의 모래 사막에 이르기까지, 눈을 조금만 높이 쳐들어 바다건너 세계를 바라보면 미술시장 역시 결코 작은 것만은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의 급 물살의 흐름을 바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물살에 자신의 흔적을 하나 둘씩 던져 넣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해외에 자주 보여주고, 실제 전시를 통해 그 곳의 전문가들을 매혹 시켜야 한다.

<작품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누구에게 어떻게 판매하느냐가 중요해 진다. 누구의 손을 거쳐 나가는가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그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Mark Kostabi가 말하는 데뷔 작가의 작품 판매에 관한 원칙이 있다. '유명한 화상에게 한 뭉텅이로 팔아라' 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첫째 가격이 좋아야 하고 둘째도 가격이 좋아야 한다. 새끼 사자를 너무나 아끼는 어미는 새끼들을 절벽 아래 떨어뜨려 혼자 힘으로 기어 올라오게 만든다는 일화가 있다. 먼 훗날 새끼 사자가 물고 올 커다란 먹이를 떠올리며, 새끼처럼 아끼는 작품을 멀리 미술시장이란 야생의 정글에 풀어라. 분명 훨씬 커서 돌아온다. 작가와 작품은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를 가장 잘 관리해주는 사람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렇다고 혼자 싸구려 골동품이나 기념품 팔 듯이 길거리에서 작품을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드레시한 정장에 와인이 함께하는 고상한 전시 오프닝은 어쩌면 치열한 전장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인지도 모른다. 이 위장술을 십분 이용하라. 그리고 매 순간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집중력을 발휘하라. 한 번에 만족할 만한 성공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이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 경기를 이길 수 없는 바둑과도 같다. 바둑은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서 승리를 이끌어가는 게임이다. 결코 과거의 실수에 연연해 하지 않으며,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있을 일들을 예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하루 4시간 연습하고 한 달에 적어도 2번은 실전시합을 뛰어야 한다. 이를 5년 10년 유지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바둑을 좀 둘 줄 안다고 말한다.
미술시장 역시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좀더 미술사와 현재의 트랜드를 알아야 하고, 기술적인 진보에 힘써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관리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미술현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고 그것을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소중한 작품인 만큼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고 싶은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아끼는 만큼 빨리 팔아라. 그리고 되도록이면 멀리 유럽,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어떤가? 스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작가들에게 이 글이 쓰디 쓴 충고 이길 바란다. 그리고 쓴 약발만큼이나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현실과 타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과 대화하라는 이야기이다. 스타가 되고 싶은가? 그럼 작품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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