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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富者와 99% 貧者의 건축판, 그리고 나라망신 시키는 외무부 재외 공관의 건축몰이해

전진삼

건축동네는 지금, 무척 어렵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함께 어려운 것이라고 자위해온 나날이 해를 거듭해오고 있다. 되돌아보면 그 기점이 언제부터인지도 아리송하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김영삼 정부 들어설 때부터 이미 어려웠었고, 북한위기설로 설왕설래하던 난국의 한복판에 IMF체제의 외환위기도 걸쳐있었으니 그 후로 몇 대에 걸친 새 정부의 들고 남이 거듭되어온 지금까지 건축판의 경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富益富貧益貧. 그 말은 ‘참’이다.
너나없이 살기 어렵다는 세상에서도 유독 기업의 부를 늘려온 데가 있다면 다름 아닌 대형설계사무소들이다. 우량 건설사들과 함께 대형 관공서 사업, 민간 부동산개발사업 등에 턴키방식으로 참여하면서 불황이 오히려 저들 기업의 몸집을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에 규모가 작은 설계사무소들은 사정이 다르다. 일할 기회조차가 주어지지 않는다. 빈사상태라고 하는 말이 옳다. 정황이 이러하니 겨우겨우 사무실을 유지한다는 말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이들이 쓰는 말이다. 그만큼 살림이 어려운 건축동네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라고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그 같은 사회현상의 진단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지방대에서 졸업생들의 취업을 담당하는 대학교수 E씨는 입이 반쯤은 나와 있다.
“청년실업? 그거 다 헛말이에요!”
말인즉슨 서울에서 설계사무소를 개업하고자 하는 소장파 건축가가 학생 추천을 해 와서 내심 기쁘고 반가운 심사로 여직 미 취업한 졸업생 여럿에게 연락을 했더니만 어느 하나 성큼 가겠다고 나서는 지원자가 없더란 푸념이었다. 학생추천을 의뢰해온 그 설계사무소 경우, 대표자 외에는 기존 직원이 한 사람도 없는 터라 학생들이 에둘러 외면했던 것이다. 당장의 취업도 중요하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는 작은 사무소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하기가 싫었다는 것이 이유다.
요즘 세태로 보아서는 명색이 4년제 대학을 나와 본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설계사무소에 입사원서 제출하기조차 쉽지가 않다. 기본이 대학원 수료요, 석사학위 취득자라야 서류심사라도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고학력의 소유자들이 줄을 대고 있다. 사용자인 건축설계회사들은 우수인재를 골라잡을 수 있으니 인력시장의 환경이 좋아진 반면 학생들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속앓이를 해오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학원 지도교수의 빽으로도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외무부 재외공간 건축물의 실책
건축동네가 이렇게 꼬여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신이 나지 않는 분위기다. 모두들 바라는 바는 지금보다 더 이상 가라앉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발원이 있을 뿐이다. 이런 건축판 공황의 사태 속에 최근 독일주재 한국대사관 신축설계의 설계자 선정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스스로 주권국가의 권리를 포기한 듯한 반문화적 행태를 자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재외 공관의 자주성과 대표성을 유지?감독해야할 우리 정부 주독 대사관이 신축 청사건물의 적정 부지를 찾던 중 현지 부동산개발회사(쮜블린사)가 소유하고 있던 대지를 계획부지로 정하게 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부지사용 조건으로 쮜블린사는 대사관측이 원하는 조건의 건물을 자신들이 직접 설계, 시공하여 대사관에 매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 선정에 따른 양측의 이견이 있었고, 최종 조정안은 대사관측 매니저와 쮜블린사가 함께 한국인 건축가를 포함한 중견 건축가 수 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들의 실적, 작품성향, 비용 및 작업의 효율성 등을 검토하여 대사관에 복수의 설계자를 제시하면 대사관이 그중에서 택일하여 거꾸로 쮜블린사에 추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이중용 기자, c3korea)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자체부터가 명백히 주권국가의 권한을 포기한 주독 우리 대사관의 외교적 실책이며, 그 와중에 의도적으로 한국인 건축가가 배제되었다는 의구심이 불거졌다.
우리 건축가들은 이번 사태를 적시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타국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의 중요성에 대하여 무지한 정부가 범한 참담한 사태라고 성토하고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적 사업일 수 있는 대사관 청사 건립이 현지 시공회사, 부동산개발회사, 프로젝트 매니저에 의존한 개발방식으로 일사천리 진행되어온 점에 대하여 불쾌감을 드러내며 문화의식과 역사의식이 빈궁한 우리 정부 외교관들의 안이한 태도가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건축인들은 지금이라도 주독 한국대사관 청사 건립 프로젝트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나라망신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요즘 우리 건축동네는 안팎으로 신나는 일이 없다. 상위 1%도 안 되는 극소수 대형건축설계회사와 유명 건축가들에게만 열려 있는 건축판도 그렇고, 나라밖에서는 자국의 건축문화를 소중히 생각지 못하는 무지한 외교관들의 작태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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