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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혼선의 미술정책, 극복을 위한 전환을 촉구함

최열

지난 5월 14일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한 미술정책 현안 세미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문제점을 지적, 비판, 반대 주장을 펼쳤다. 앞서 12일에 열린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개선방안 공청회에서도 참석자 대부분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강력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또한 대통령상 시상이니 미술관 영업 정책 따위도 발표되자마자 의심의 여지없이 반대에 부딪치고 말았다. 왜 이처럼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가. 추진하는 쪽은 이런 정책을 ‘개선(改善)’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반대자들은 ‘개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일까.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참으로 ‘혁신, 개혁’일까. 그렇지 않다. 정책의 성격을 성격에 따라 구분해 보자. 책임운영기관화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정책인데 반해 공공미술위원회 설립은 엘리트주의의 산물인 국가통제형 정책이다. 미술대전 대통령상 시상 정책은 과거로의 복귀 정책인 반면, 미술은행제도는 복지주의 이념을 서투른 정책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사립미술관 알선거래 허용은 민권민주주의 이념을 부정하는 정책이고, 문예진흥원 민간위원회 설치는 민관(民官)을 섞은 절충주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어쨌건 미술은행은 최악의 작품들을 엄청나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공공미술위원회는 권한분산에 역행하면서 기존 제도를 개악하는 결과에 이를 것이고, 문예진흥원은 관료중심을 탈피하기는커녕 절충형 타협의 절정을 연출할 개연성이 크다.
예상되는 실패는 덮어둔다고 하더라도 서로 상이한 성격을 지닌 정책이 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정책을 추진, 시행하고 있는 정책 담당관료들의 사회진보에 관한 이념 및 전략 부재와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이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둘째, 정책담당 관료들과 협력, 자문하고 있는 참여 전문가들 다시 말해 몇몇 문화예술 지식인들의 얇고 가벼운 정책 구상이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셋째, 그 정책을 법제화하는 과정의 주체인 입법부 의원들의 문화예술정책 기능의 부재와 더불어 넷째, 문화예술인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정책비판 및 감시 기능의 부재도 그 이유일 것이다.
<국가정책 과정의 왜곡
국가정책 이념 및 노선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정당 및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정책정당 부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념 및 노선이 기술집단인 행정부의 전담 영역으로 왜곡되어 왔다. 그 결과 운영집단에 불과한 관료사회가 정책기조를 좌우하는 주체로 나섰던 것이다. 실제로 문화관광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획, 조정, 평가’라고 내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담당관료들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행위를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운영 실적을 평가받아야 할 관료들이 거꾸로 기조는 물론 의제설정부터 전략, 전술수립, 심지어 남을 평가하는 일까지 제 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왜곡이다.
행정부에 참가하는 민간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형식적 정당화를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조차도 행정기관이라는 경계를 유지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정당과 의회 영역에 대한 행정기관 우위 현상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실태라 할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정당과 의회가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개혁될 일이다. 그러나 행정관료를 통하는 것이 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민간인들이 있는 한 왜곡은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이 정당, 의회를 통해 제안하면서 입법을 촉구하고 또 그에 따라 시행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최근 좌우를 넘나드는 현상을 제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미술계의 참된 개혁
또한 공공미술위원회, 책임운영기관화 정책을 반대하는 현장 미술인들의 주장을 ‘개혁에 저항하는 보수의 이기주의’ 따위로 규정하는 현상은 왜곡된 정책과정을 표현하는 상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정책은 기존제도의 단점을 제거하는 개선을 꾀하는데 그칠 일이다. 특히 미술은행의 세 가지 위원회, 공공미술 위원회, 문예진흥원 위원회는 모두 ‘위원회’라는 형식을 내세우고 있다. 관료체계로 일원화된 기존 행정조직을 민간체계를 병행해 이원화함으로써 국가행정을 탄력적이고 유연화 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뜻인 듯 하다. 하지만 그 같은 이상적 형태를 제대로 실현시킬 훈련도 없었고 능력도 부족하다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위원회에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그 점을 간파하고 위원회에 참가하기를 거부하는 미술인도 나오고 있어 다행이지만 엉뚱하게도 일부 미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감정기관과 같은 공공 감정위원회 신설을 추진하는 불행을 얼마든지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된 개혁은 지난 시절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표준영정, 기념동상, 화폐영정, 처리문제나 한국전쟁 기간 중 예술인 관리체계로 출발한 예술원제도를 혁신 의제로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아닐까. 혁신인사기획관이란 부서 이름에서 보듯 ‘혁신’이라는 낱말을 쓰면 혁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거니와 실제로 중요한 일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정체성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술행정관료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고 이게 바로 오늘의 정책 혼선을 극복하는 지름길이자 참된 혁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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