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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예술 소통을 위한 하나의 제안

이준

미술관에 종사하다 보니 수시로 배달되어 오는 각종 전시 팜플렛을 접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많은 작가들이 개인전을 열면 남는 것은 기록물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전시 팜플렛에 쏟는 비용과 정성은 대단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료로 간직하고 싶고 기억에 남을 만한 전시 팜플렛을 접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제는 작가들의 전시 홍보수단도 구태 의연한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요 이상으로 팜플렛 제작에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고 오히려 작가의 CD-Rom이나 홈페이지, 온라인의 전자메일을 이용해 자신의 개인전이나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 등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일부 작가들이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오늘날의 전시문화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들 전자매체들은 기존의 전시 팜플렛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입체적인 편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각종 자료를 재편집, 재구성 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통방식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제안이 있다. 전시를 위해서든 개인 창작활동 차원에서이든 작가가 제작한 수 많은 작품들이 부족한 보관공간 때문에 먼지에 쌓인 채 종종 방치되는 경우를 보곤 한다. 방치된 작품들은 어느 순간 예술품에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폐기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생명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들이 작업실이나 창고에서 보관, 방치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일상과 밀접하게 소통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소통되지 않은 예술은 자칫 공허하고 자기 만족적인 것일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이 좀더 살아 있는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나오기 위해서 작가들에 의한 작품의 위탁이나 기증문화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물론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보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작품을 적극적인 소통의 공간 속으로 가져가는 것이 작가 프로모션 방법론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성숙은 작가 개인의 예술적 성취만이 아니라 함께 공유되고 소통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시각문화가 얼마나 빈곤하고 열악한가는 자주 찾는 주변시설이나 공용공간을 다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이 어릴 적 다녔던 모교라든가, 살고 있는 지역의 관청이나 도서관, 노인정 등 사회시설, 자주 찾는 병원이나, 사무실, 카페 등은 위탁이나 기증공간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도 있다. 이 때 기증을 받는 곳은 작품의 설치위치나 명패의 부착, 작품의 보존 및 관리 등에 관한 작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진정으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썰렁한 전시공간이나 작업실의 비좁은 창고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에서 소통될 때 인 것이다.


2003년 11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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