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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컬쳐럴 버블과 미술관 구조조정

윤재갑

미술계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시스템을 재점검하자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때는 너무도 기초적인 논의들을 지금 21세기에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도자기 서예에서부터 최첨단 미디어 아트에 이르기까지 대여섯개의 국제적 비엔날레가 이 조그만 나라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하다. 여기에다 서너개의 전국적 미술인 조직이 존재하고, 서너 개의 미술전문지가 매달 발간되며, 1년에도 수만 명의 미대 졸업생이 배출되고, 화랑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운 대관 갤러리 시스템과 속빈 미술시장 등등... 지금 우리 미술계의 부실과 버블이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 수많은 미술대학이 있지만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외국 유학생 하나 없고, 그 수많은 화랑들이 있지만 가슴 설레며 포트폴리오 보내는 외국 작가 하나 없다. 그래서 이 총체적 부실위에 집을 짓고 서 있는 ‘인터내셔널’한 비엔날레와 ‘문화의 세기’가 공허한 메아리로만 맴도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술교육, 갤러리 시스템, 아트저널 시스템, 아트 마켓 시스템, 미술관과 비엔날레, 문예 진흥 정책 등 미술계 전반의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될 시점에 와 있다. 최근에 진행된 논의는 이 중에서도 미술관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 많았는데, 미술관의 역할이 전후의 여러 시스템을 중재할 수 있는 핵심적 사항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논의들은 큐레이터의 전문성 확보와 행정직의 효율적 지원체계 확립이라는, 주로 미술관 내부의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런 내부 작동 시스템과 더불어 국가적 문화정책 수준에서 국공립 미술관들의 역할과 성격을 재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서울에 있는 4개의 국공립 미술관들, 문예진흥원의 마로니에 미술관-서울시립 미술관-예술의 전당-국립현대미술관의 방향과 목표를 국가적 미술관 정책 차원에서 재조정 해야한다. 마로니에 미술관은 국내 젊은! 작가 기획전과 독립큐레이터 기획 공모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은 동북아 중심미술관으로서 국내외 기획전 중심으로, 예술의 전당은 국제적 아트페어와 상업전 중심으로 그 역할을 분담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들 세 군데 미술관의 기획전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션위주의 미술관, 그리고 이러한 컬렉션을 토대로 현대 미술을 연구 분석하여 미술사를 조망할 수 있는 학술적 교육적 기획전 중심 미술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역할들이 4군데 미술관 모두에 혼재되어 각 미술관의 정체성이 애매한 상황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예를 들면 천경자, 가나화랑 등의 기증 콜렉션 영구전시로 인해 협소한 전시공간의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고, 또 여기에다 유물전 형식의 상업적 전시와 현대미술 기획전이 모두 열리고 있어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성격과 방향감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다른 미술관 역시 대동소이하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미술관 정책이 시급히 재조정되고 국공립 미술관 사이의 협의가 긴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공립 미술관의 역할 조정과 더불어 지적해야 될 것이 미술관의 폐쇄적 시스템이다. 외국 큐레이터와 국내 독립큐레이터들도 미술관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전시를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10년차 학예원의 연봉이 3만불이라면, 이 돈으로 세 번의 국제적인 외부 큐레이터를 초빙해 전시를 기획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미술관의 기획전 수준을 현저히 높일 수 있는 방안이며, 국내 독립큐레이터를 육성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이 제도는 미술관 재정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타 비엔날레를 운영할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필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약 30% 정도의 기획전이 외부 객원큐레이터들의 전시로 열리는 외국 미술관의 학예 시스템을 연구하여,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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