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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사진과 회화의 상호소통? - 사진의 필름이 회화의 물감일 수 있을까

김민성

지난해부터 근자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이나 화랑들에서 열리는 일련의 전시들을 보면 사진과 회화를 전면 대비시켜보는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사진과 회화 사이를 넘나들며 그 사이의 상관성을 현상학 혹은 미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려는 시도들이 유독 많다. 이는 회화 같은 사진을 또는 사진 같은 회화를 생산하려는 작가들의 욕구가 전시를 통해 반영되고 있는 현상인 듯하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1843년 화가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과 사진을 찍는 로버트 애덤슨이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초상사진관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의 출발점에는 이미 회화의 지대한 관심이 함께 하고 있었고 이는 실제의 창으로 군림하던 회화의 단순한 시기어린 관심이 아닌 새로운 장르의 탄생에 대한 관심이었다. 당시 필발을 올리고 있던 일부 학자들이 제도권의 화가들을 대변했던 일련의 비난성 선언과는 달리 실제 작가들 사이에서 사진은 꽤나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에 회화를 위한 수단이 아닌 예술로서의 사진 행보 또한 나름 시작되고 있었다. 따라서 회화와 사진을 두고 열리는 현재의 국내전시들은 어찌 보면 당연 할지 모른다. 사진을 꽤나 급하게 소화하려고 했던 국내에서는 더더구나 필요한 단계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들을 통해 과연 사진과 회화가 내재하고 있는 공감대나 차별화를 발견할 수 있었는가.

<사신과 회화의 다른 스펙트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사진의 예술성 획득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한창이었는데, 이때 사진에 드리웠던 비예술성에 대한 가장 큰 혐의는 복제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혐의는 사진에 있어 예술주체의 상상력과 판단력이 인정되면서(다양한 사진기술의 발달을 통해 소위 회화 같은 사진의 등장)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묻혀버렸다. 이제 국내에서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 라는 화두는 고루한 것이 되었다. 물론 필자도 사진이 예술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예술성회득의 과정에 있어 반드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유독 국내에서는 사진의 순수성을 회화의 순수성으로 둔갑시켜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사진이 무엇이고 무엇이 사진일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회화사가 꾸려놓은 미술사의 줄기 위에 사진을 찔러 넣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회화처럼 보이는 사진들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위험수위다. 어쩌면 사진의 모티브들은 점점 더 작가의 필치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인공적 절차로 제한되거나 초현실적인 스틸필름만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사진은 기록, 복제와 같은 태생적 존재성이 있다. 또한 회화와는 다르게 사진 고유의 메카니즘이 있다. 회화를 기준삼아 은근슬쩍 이들을 거세해버리고 보고 싶은 것만 끄집어내는 것이 사진의 예술성 획득에 전부가 아니다.





사진과 회화가 상호소통을 논하기에 앞서 사진 고유의 예술적 가치를 정리하고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회화를 토대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사진이 어찌 회화와 소통하는 부분이 없겠는가. 그러한 소통의 여지를 찾기 위해서는, 동일하게 평면의 지지체에 작가의 손으로 세상을 담아내고 이야기를 펼치는 회화와 사진이 각각의 장르에서 그 만큼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해야한다. 사진은 사진이고 회화는 회화다. 현상적으로 회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 있을 따름이지 회화가 아니며 사진처럼 보이는 회화가 그려지는 것이지 이는 사진이 아니다. 화가가 사진의 앵글이나 극사실적인 재현의 기법을 선택하는 것이 사진주류의 편승이 아닌 것처럼 그림 같은 사진 역시 단순한 회화의 망령이 아닌 것이다. 사진과 회화의 뿌리 깊은 상관성의 추적은 어느 한 장르의 우월을 가리기 위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서로의 장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영향관계로의 주목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진 때문에 한동안 거론되었던 회화의 위기라는 말은 코메디에 불과하다. 사진이 사진이고 회화가 회화 일 때 비로소 사진과 회화는 보다 더 풍성해 질 미술사의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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