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공영방송의 무식한 미술문화 읽기
김종근
얼마전 나는 두개의 각기 다른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는 모방송의 '즐거운 문화읽기'라는 문화 프로였다. 나는 가끔 이 프로를 본다. 내가 이 프로를 그나마 가끔 보는 것은 민영이든 공영이든 불구하고 별 볼만한 문화적인 프로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이 문화는커녕 별 시시껄렁한 쟁반 노래방 같은 프로, 연예인들 가십이나 잡담 중심의 시시콜콜 한 프로가 안방문화를 망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이 프로가 공연 예술 문화를 서투르게나마 읽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를 모셔다 놓고 비디오 아트의 현재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비디오아트의 역사가 10년'이라는 자막과 함께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제스츄어를 쓰는 아나운서의 멘트 장면에서는 정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프로를 만드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것이 안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다.<내가 알기로 그 프로의 남자 아나운서는 모 대학의 다중매체 학부의 교수로 알고 있다. 물론 다중매체를 다루는 교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사실들은 알아야 하지만 설령 모른다고 해도 바로 전 미술전문지의 편집장이 나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오류를 하다니. (끝까지 정정도 없이) 물론 다양한 예술의 지식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최초의‘비디오 아티스트’로 알려진 백남준. 그는 1963년 3월 부퍼탈의 파르나스 화랑에서 요셉 보이스 공연에 의거한 <음악전-일렉트로닉 TV>라 이름하는 믹스트 미디어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비디오 작품을 선보인 사람은 대구 실험미술의 대부이자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작고한 박현기이다.
그는 이미 1977년 대구의 K-STUDIO에서 15분 짜리 기록비디오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비디오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한국 비디오의 역사는 26년 정도로 말해야 할 것이다.
경악 두번째는 '스승과 제자'라는 프로에서는 멀쩡히 생존해 있는 여류화가 천경자씨를 작고작가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작가를 죽은 작가로 , 비디오 아트 역사가 27년이든 ,40년이든 그러한 사실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를 만들면서 단 한번이라도 만들기 전에 연구나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미술계에 자문을 구하던가 그런 노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장 기본적인 노력도 없이 과연 문화를 어떻게 즐겁게 읽을 수 있을까? 전문가를 키우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일간지 미술담당 기자들의 오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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