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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공립미술관 건립에 하고 싶은 말 한가지

박정구

IMF사태로 한동안 주춤했던 공립미술관 설립 움직임이 근자에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 듯하다. 아직도 전국의 국공립미술관 수를 헤아리는 데에는 열 손가락이 남고, 그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은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공ㆍ사립을 합한댔자 그 수가 빈약하기 그지없는 형편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부분적으로는 미술관이 지난 세기만큼 긍정적인 역할활동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미술이라는 근본적인 환경도 변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단정적으로 유효하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혹은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미술관 역사나 문화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적어도 미술관이라면 이러이러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틀과 경험을 제대로 겪고 쌓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예로 들어 질책하는 외국의 미술관이 가진 시스템을 갖추고 그들이 행하는 다양한 미술관활동을 하기에는 실제로 많은 것이 모자라는 것이 우리나라 미술관의 현실이다. 특히 수집ㆍ연구ㆍ조사ㆍ전시와 같은 기본기능에 더하여 복합문화공간이니 사회교육기관이니 하는 폭넓은 미술관활동에 대한 기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미술관은 시스템과 인적구성 등에 있어서도 낙후함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에 하나 꼴도 안되는 공립미술관은 미술인과 시민의 높아진 다양한 기대를 부담해야하는 지역의 유일한 미술기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역할은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을 세우려는 것에는 ‘우리도 여봐란 듯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과시와 홍보의 목적도 있는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어느 나라 건 그렇게 시작하는 것일 터이다. 다만 그 존재의 전시성에 대한 ‘인식’이 아닌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이 함께 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술관을 세우려는 이곳저곳에서 자료를 구하고 조사하기 위해 이따금씩 찾아오는데, 그 일차적인 관심사는 규모와 외관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럴듯한 외관에 큼지막한 규모가 일단 전제되어야 하는 듯이 보인다는 말이다. 정작 미술관에 필수적인 세세한 설계나 그 미술관을 운영할 인적구성과 시스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실 그것은 방문자의 관심이라기보다는 건립 주체의 관심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워 놓으면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도 번듯한 미술관을 가진 것이 되는 정도로서는 기왕에 큰돈을 들인 공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미술관 숫자에 하나가 보태지는 비율상 엄청난 증가효과의 의미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방문자들에게 늘상 “몇 년 앞서 생겨난 공립미술관으로서, 후발 미술관이 조금씩이라도 개선된 모양새를 가지고 개관하기 바란다”고 덧붙이는 말이 공염불일 거라는 생각으로 씁쓸하다. 여러 계획과 입지선정으로부터 설계와 같은 면, 그리고 행정기관에 속하면서도 문화예술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특수성이 전제된 인적구성과 시스템과 같은 면들이 건립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일체적으로 고려되고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소위 문화의 세기에도 실제 현장과는 상관없이 설계해서 건물 짓고, 우리나라에 공립미술관이 유일하던 시절 그냥 그림 모아다가 걸던 ‘전시관’ 시스템과 조례를 베껴다가 지역 이름만 바꾸어 넣고 개관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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