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9)큐레이터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장동광

1989년 겨울, 당시로서는 생소하기만 했던 큐레이터 일을 두 달간만 하겠다고 시작했던 것이 나의 운명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후 지난 13년여 동안 갤러리, 미술관,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나는 ‘진정한 큐레이터’ 가 되기를 소망해 왔다. 돌이켜 보면, 그러한 나의 소망은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를 망각한 소박한 시작의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간혹 신문에서 큐레이터가 ‘전시기획자’ 라는 좁은 의미로 지칭되는 것을 접할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현대적 의미에서 큐레이터는 미술사 혹은 고고학적 문화유산을 지키는 키퍼(Keeper)나 작품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큐레이터(Curator) 혹은 콩세르바퇴르(Conservateur) 와 같은 어원적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전시기획 업무가 큐레이터가 가진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고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의 업무는 크게 보아 미술품이나 유물의 수집과 보존관리, 전시 및 연구, 교육 및 홍보, 유무형으로 존재하는 미술자료의 체계적 관리 등 기능별로 세분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한마디로 미술문화 전반을 통찰하면서도 전문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직종인 것이다. 20세기는 유사 이래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중흥시대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건축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공간적 확충을 기반으로 문화유산 조차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전이되는 시대를 목도하게 되었다. 하나의 제도화된 문화기관 속에서 미술사에 관한 새로운 해석, 현대미술의 주요한 동향, 현장의 살아있는 담론들을 수용하고 실제화해 온 주역들이 바로 큐레이터들이었다.<이제 21세기는 물질적 작품이 지닌 ‘숭배적 가치’ 를 넘어서서 미학적 해석이 가해진 ‘전시적 가치’ 가 중시되는 가치변화의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큐레이터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예술생산자인 작가, 문화유산의 역사적 흔적들을 호흡하며 큐레이터는 살아간다. 큐레이터는 문화와 역사의 향기, 예술가의 삶과 시대의 공기를 마시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 속의 큐레이터들은 어떠한가? 문화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행정직의 강고한 힘이 큐레이터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여전히 흔들고 있으며, 제도적 문화기관에 들어설 수 없는 큐레이터들은 ‘인디펜던트’ 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관료화된 조직과의 싸움이 기다리는‘비엔날레’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곁에는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눈물의 빵을 삼키는 ‘준학예사’ 들이 산재해 있다. 그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 힘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국가의 꿈을 심어주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준비중’ 이란 말인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