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0)미술공모전의 난립과 대책

이재언

우리 미술계 이슈들 가운데 공모전에 관해서는 언제나 부정적이다. 심사의 공정성 시비, 공모전 자체의 공익성 여부 등에 대한 비판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은 계속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미술계에서 공모전만큼 양적으로 팽창한 것도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자체나 기관, 단체 등에서 경쟁적으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시행하는 공모전의 숫자는 이제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다. 공모전과 관련하여 무수히 많은 추문들이 꼬리를 물고, 심지어 사법의 심판까지 받는 불상사가 이어지지만 그래도 공모전은 우후죽순처럼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토록 많은 우려와 불신 속에서도 공모전이 늘어나는 데는 모종의 사회학적 함수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근대화가 가속화된 이래 사회의 각 영역은 고립적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더욱 심한 분화와 분열현상을 맞게 된다. 그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한 외부에서의 접근은 날이 갈수록 피상적으로만 이루어진다. 어떤 특정의 영역 내부에서 생산되고 조작된 제한된 정보와 체계들에만 근거하여 밖에서는 왜곡된 인식과 이미지를 가공하게 된다. 공모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모전이 어떤 야합의 결과로 이루어지더라도 그 결과는 대외적으로 미술계의 중요한 정보이자 하나의 가치 척도와 같은 것으로 작용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미술계가 대외적으로 소통 가능한 언어나 가치체계가 한정되어 있어, 미술이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나 내용보다는 상 자체가 갖는 기호성과 이미지들이 더 큰 효과를 갖게 되며, 따라서 상은 그 자체의 의미 이상으로 많은 이미지로 재구성되고 재포장 된다.
게다가 오늘의 모든 취미 양식은 게임으로 수렴되는 것이 하나의 시대적 추세다. 대체로 게임은 스포츠, 오락, 도박 등 일정한 공동의 관심과 룰을 근거로 하여 상대성과 경쟁, 흥미 등을 수반하는 활동들을 망라할 수 있다. 필연적으로 예술활동도 게임으로 수렴되고 있는 추세이다. 국제적인 비엔날레 및 아트페어 같은 행사도 사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게임들과 가족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미술에서의 공모전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게임으로 변해 가는 미술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에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 공모전의 수상은 이제 단순히 명예라는 보상적 차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화의 획득 및 교환적 차원과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공모전 가운데는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양시키기 위해 개최되는 것도 있지만, 더러는 사업의 일환으로, 더러는 과시적인 전시효과를 위해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모전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일각에선 그 부작용을 들어 공모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폐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모전은 우리 미술계에서 필요한 장치이다. 우리 미술계의 문호가 엘리트 중심으로만 닫혀 있다는 점과 신인들의 자비 부담 전시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공모전은 필요하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모전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정비될 필요가 있다. 어떤 협의체 같은 것이 구성되어서 공모전에 관한 자정 활동이 있어야 한다. 공모전 인증제 같은 것을 도입하여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미술계에서의 공모전들이 공익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갖게 되고 아울러 낭비적 요소를 차단하는 가운데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미술문화의 건설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