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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아카이브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 - X: 1990년대 한국미술전

비평그룹A4


SeMA Gold ‘X: 1990년대 한국미술’전 전시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사진: 김상태


기억과 역사적 지식을 축적하고 저장해 되살려내는 수단으로서 아카이브는 유한성에 직면해서도 멈출 수 없는 열병을 앓으며 시대의 증거로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온전함이라는 허상을 떨쳐버릴 수 없는 모든 아카이브는 파편화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어 기록된 기억이나 쓰여진 역사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아카이브는 언제나 자신에 맞서 선험적으로 작동한다. 그 가능성의 일례를 90년대 한국미술을 재조명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X: 1990년대 한국미술’(2016.12.13-2.19)을 통해 살펴보자.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전시는 신세대라고도 불린 X세대 미술가들의 90년대 (좀 더 정확히는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활동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70년대 모더니즘이나 80년대 민중미술과 차별화되는 1990년대를 현대미술의 이름으로 촉발시키면서 포스트모더니즘, 글로벌리즘으로 일컬어지는 동시대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이 오늘날 미술에 끼친 영향및 그 역학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는 것이 기획자의 의도이다.

90년대 특유의 시대정신을 X세대로 보고 그들이 ‘키치’, ‘언더그라운드’, ‘테크놀로지’, ‘서브컬쳐’에 경도한 흔적으로서의 90년대 당시 작업을 재제작하거나 다양한 아카이브를 모아 전시를 구성하고자 한 기획자의 노력이 엿보이는데, “이러한 회고적 성격의 전시는 자칫하면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나 감상적 노스탤지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번 전시 큐레이션은 90년대 미술을 시대 특정적, 장소 특정적인 프레임 속에서 재맥락화하고 그것의 현재적 연속성을 가시화시키는 것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래적으로(과거의 소환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아카이브적 속성을 지닌 이 전시를 기획자의 눈을 통한 구성, 당시(90년대)의 작가들에 의한 재제작, ‘아키비스트로서의 미술가’의 작업이라는 측면으로 세분해 들여다본다. 첫째, 기획자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소그룹으로 ‘뮤지엄’, ‘서브클럽’, ‘진달래’, ‘30캐럿’을 소개하는데 전시장의 반을 할애하고 90년대 대표적인 전시로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1992, 갤러리아백화점미술관)와 ‘ 가설의 정원’(1992, 금호미술관)을 재현하고, 주요 도록을 디지털화 하여 태블릿PC로 볼 수 있게 하는 등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데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그 밖에도 ‘소그룹’ 군과 ‘전시’ 군에 포함시키기 힘든 몇몇 작가들, 가령, 오경화, 윤동천, 이상현, 이동기, 이윰, 박혜성 등의 작품과 이형주에 의해 재구성된 ‘언더그라운드 카페’<기억채집>을 전시 구성에 포함시켰다. 둘째, 전시 대상인 90년대의 작품 중 영상작품이나 설치작품은 작품 훼손이나 저장방식의 변천에 의해 부득이 재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아직 작가가 현존하고 작품에 대한 리서치나 아카이브가 남아있어 비록 원작과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유사하게 재제작되었다.

셋째, 아카이브 방식을 작업의 기초로 삼는 작가들의 아카이브가 작품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완성작에서는 선뜻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의도나 시대상황 같은 것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도 같다. 특히, 이 전시를 위해 포함된 후배 작가들 4명의 아카이브(90년대에 관한 자료)에 기초한 작품들은 당대의 작품들보다도 오히려 사후적으로 90년대의 특징을 더 잘 전달하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궁극적으로 이 전시는 90년대 미술을 역사화함과 동시에 합법적인 증거로서 아카이브화한다. 미완의 프로젝트라는 아카이브의 속성상 자의든 타의든 이 전시에 누락된 부분도 많다. 단지 더 나은 실패를 하는 수밖에.


- 비평그룹A4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소속 비평그룹으로 아트아카이브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트아카이브 운영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기위해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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