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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비엔날레, 정책과 동시대성

안미희

「광주비엔날레의 정책과 동시대성(Policy and Contemporaneity of Gwangju Biennale)」, 2015



박사논문을 쓰게 된 배경이란 걸 말하자니 개인사를 끄집어내야 하는 모양새라 영 쑥스럽다. 논문의 제목이 ‘광주비엔날레의 정책과 동시대성’이니 어쩔 수 없이 필자와 광주비엔날레의 관계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2005년 갑작스럽게 맺어진 필자와 광주비엔날레의 인연은 요즘도 가끔 생각해 보면 인생의 큰 전환점임에 의심이 없다. 오랜 뉴욕 생활로 한국과의 거리감이 억만년쯤 멀게 느껴지고 독립큐레이터로의 막막한 삶마저 서서히 적응기에 돌입하던 어느 날, 제6회 광주비엔날레(2006) 총감독의 예상치 못한 전시팀장 제의에 대한 수락으로부터 필자의 광주비엔날레 10년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대형 국제미술전의 실행을 총괄하면서 정신없이 제6회 광주비엔날레(2006)를 치르고, 2008년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라는 변혁기를 떠들썩하게 보내고, 글로벌화를 향해 숨 가쁘게 뛰며 제8회 광주비엔날레(2010)까지 전시팀을 총괄했고, 2011년 신설된 정책기획팀을 맡아 내 일상은 여전히 바빴었다. 그즈음 나는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현장전문가로 활동한다는 대명분 앞에 반비례하듯 소진되어가는 초라하고 어설픈 내 지식이 부끄러웠고, 일에 치여 여유 없이 보내던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다. 게다가 뉴욕에서 미술사 석사와 미술관학을 마친 후 수순처럼 준비하던 박사과정을 박차고 큐레이터가 되겠노라 현장에 매진하며 애써 떨쳐내던 학위에 대한 미련과 갈등이 박사를 시작한 내 심리적, 환경적 배경과 원동력이 되었다. 야근은 일상이며 주말출근은 당연한 내 현실에서 박사논문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고문하는 일인지를 짐작도 못한 채 그렇게 나의 박사 투쟁기는 시작되었다.


이데사 헨델레스, 테디베어 프로젝트, 2010


필자의 이번 경북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 논문은 광주비엔날레를 직접 실행해 오면서 축적된 지식과 그 현장에서 온몸으로 받아들인 경험치들이 처음으로 정리된 부분에서 일정한 의미가 부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연구는 현대미술의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견인한 미술 제도이자 형식인 비엔날레에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동시대성에 관한 고찰이 그 목적이다. 먼저, 비엔날레가 동시대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화현상이라 가정하고 동시대가 추구하고, 실행시키고 있는 속성과 기능, 긍정적 가치를 비엔날레라는 형태가 어떻게 흡수하고 실현하는가를 분석했다. 동시대성을 논한다는 것은 동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적 질서가 어떠한 얼개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비엔날레의 활동상과 비교하고자하는 시도였다. 이를 궁극적으로 비엔날레가 추구해 나아가야하는 글로벌리즘의 담론생산과 정책 및 전시공학의 유연성, 공공성의 실행으로 규명하고, 동시대성이 요구하는 요소들은 정책에 반영되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그 실현 여부가 비엔날레 성과의 가늠자가 되어야 함이 타당하다는 것으로 연구를 마무리하였다.

연구에서 정의하는 동시대성은 미학적 유미성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 측면이 수렴되는 ‘정책’의 형식으로 도출되고 반영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이다. 이를 위해 특정해의 전시나 행정분석보다 지난 20년 역사의 전개와 대내외적 영향 속에서 변화를 거듭해온 정책과 최종적으로 실행되었던 결과물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성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책’이라는 객관적 장치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 매회 전시주제 및 감독선정의 방향에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어왔는지, 실현된 전시의 질적, 미적 가치까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장치로 정책이 어떻게 기능했는지로 논증했다. 더불어 비엔날레가 공동체의 감각과 인식, 담론과 행위가 응축되고 소통하는 공론장임을 밝히고 동시대 공공성의 실현으로서의 광주비엔날레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였다. 본 논문을 통해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이 비엔날레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향후 비엔날레가 지향할 방향을 제시하는 논거가 되기를 바라본다. 더 나아가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학술적 담론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입구


안미희(1967- ) 뉴욕 프랫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현대미술사, 뉴욕대(NYU) 미술관학 전공. 뉴욕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수의 전시를 기획, 뉴욕 퀸즈미술관 전시자문(2005), 스페인 아르코(ARCO, 2007)주빈국 특별전 프로젝트 디렉터, (재)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2005-10), 현 (재)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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