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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미술 컬렉터로 본 한국 근현대 미술시장의 양상

손영옥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 2015




작자 미상, 19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64×42㎝,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 소장


출처: 국립문화재연구소,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속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 2013), pp.132,133 


사진 설명

개항기에 미술수요자로 가세한 서양인의 취향에 맞추어 당시 직업화가들이 제작했던 새로운 경향의 풍속화. 제문이 끝나고 작가의 관지(款識)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강가 버드나무 아래에서의 낚시(江柳長垂), 밭갈기(起耕), 소를 타고 가는 사람(騎牛人), 투호(投壺), 쌍륙(雙六), 악기연주(作樂)같은 그림의 주제를 적었다. 1905년 모리츠 샨츠(Moritz Schan z)가 기증했다.



돌이켜 보면, 마흔 즈음의 불안이 10년 후 박사 학위로 이어졌다. 때는 2005년, 16년 차 기자. 당시 경제부처의 꽃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1진 기자로 일하던 나는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런데 고미술이라니. 스스로도 뚱딴지 같은 욕구가 기어 올라왔다. 기자 생활 중 경제부에서 가장 오래 일했다.


훗날 경제전문기자의 길을 걷겠다며 미국 연수 기회를 활용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공공정책학석사(MIPP) 학위까지 받고 온 터였다. 어디서 봤던 김홍도의 <마상청앵도>가 심장에 깊숙이 박혔던 것 같다. 


‘경로이론’까지 들먹이며 말리던 선배가 말했다. “근데, 너는 해도 될 것 같아. 표정이 간절해 보여.”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품감정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건 2007년 가을이다. 행동에 옮기기까지 2년여 남짓 더 주저해야 했다. 경로를 벗어나기란 그렇게 어려웠다.


미술사와 함께 미술품 감정에 대해 배우는 이 과정에서 나를 사로잡은 건 작가도, 작품도 아닌 컬렉터다. ‘조선시대 서화 감정연구’ 첫 수업. 조선 최고의 컬렉터 석농 김광국(1727-97)을 알게 됐다. 영조 때 어의를 지낸 그의 컬렉션은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서 알 수 있듯 동시대 서화가의 작품은 물론 일본 우키요에에서 서양화인 네덜란드 동판화까지 아우른다. 실로 국제적이다. 2010년 석사논문 「1890-1910년대 언론에 나타난 미술기사분석: ‘미술’개념의 변화를 중심으로」와 함께 첫 저서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을 낼 만큼 컬렉터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박사논문 주제를 한국 미술시장 형성사로 정한건 그즈음이다. 작가가 제작한 미술품은 수요자에게 수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컬렉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미술품의 유통 환경, 즉 미술시장으로 확장한 것이다. 박사과정은 서울대 미대 미술경영 협동과정으로 학교를 옮겼다. 2009년 신설된 석·박사 학위 프로그램으로 미대·인문대·경영대·행정대·법대 등이 참여해 학제 간 벽을 허물고 연구하는 융합과정이다. 박사과정을 이수할 때는 1년 휴직하는 결단을 내렸다. 경력 단절의 불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업 학생이 되어 온전히 학문의 즐거움을 맛보는 기쁨이 더 컸다.


박사논문은 개항기-일제 강점기 한국에서 근대적 성격의 미술시장이 태동해서 발전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매 시기별로 새롭게 대두한 미술 수요자(수집가)에 대응해 생산자(화가)와 중개자(화상)가 어떤 제도적 창안과 혁신을 꾀하였는지, 그 결과로서 1차 시장(화랑)과 2차 시장(경매)에서 어떤 제도적 진전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특정 시기 핵심 수요자의 취향이 고려청자, 기명절지화 등 특정 장르의 부침을 좌우했음을 알 수 있다. 연구 방법에서 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학계에서 수집가 및 유통공간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진행됐지만 특정 시기, 특정 장르에 국한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내 박사논문은 연구범위가 변화의 추이를 읽을 수 있는 비교적 장기간인 70년에 걸쳐 있고, 장르 역시 고미술품과 동시대 미술을 모두 아울러 맥락 읽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한국 최초의 미술시장사 연구라고 자부한다



손영옥(1968- )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사(MIPP),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품감정학과 석사, 서울대 미술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국민일보에서 문화부장을 거쳐 현재 미술담당 선임기자. 『한 폭의 한국사』(창비, 2012),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글항아리, 2010) 저술. 논문으로「 패러디의 저작권 보호 실태 및 한계에 관한 고찰」『 Law Technology』(2012)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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