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대구사진비엔날레, 정체성의 문제

김승곤

이 전시를 평한다(2)
김승곤 / 순천대 석좌 교수

대구사진비엔날레, 정체성의 문제


국제화와 지역화는 여전히 현대의 문화지형을 읽기 위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사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축제가 국가와 지역 브랜드 가치,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부터 시작된 아를르사진축제. 1970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사진축제에는 해마다 10만 명이 넘는 사진가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작은 마을의 건물과 시설들을 이용한 다양한 사진전과 심포지엄, 워크숍이 열리고, 고대 극장의 야외무대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는 밤마다 영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광장과 거리의 카페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젊은 사진가들이 편집자나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열띤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세계의 대표적인 사진축제로 독보적인 자리를 굳혔다.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사진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각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 부어 규모를 늘리거나, 백화점식으로 콘텐츠를 불려서라도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본다. 외형적인 규모가 지역적인 차별화나 문화의 정체성과 직접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긴 말이 페스티벌리제이션(festivalization). 이른바 국제적인 사진축제에 가도 기획자의 손이 미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듯한 것이 많다는 얘기다. 기획자의 전문성과 네트워크와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주제전의 난해함
인구 250만의 지방도시 대구에서 국제 규모의 사진비엔날레가 2008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처음 4억 원으로 시작한 이 비엔날레의 금년 예산은 16억 원. 광주비엔날레 109억 원이나 부산비엔날레의 37억 원에 비하면 적지만, 동강사진축제(6억 원)이나 서울사진축제(3억 원)에 비하면 큰 액수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제값을 했을까. 내가 읽지 못한 뜻이 있겠지만, 우선 ‘사진다움’이라는 타이틀은 좀 어려웠고, 이처럼 큰 행사에 전체를 책임 있게 아우르는 역할이 없는 것도 의외다. 주제전에서는 예술적인 전체 맥락의 전후 관계가 결락된 상태에서 현대미술의 한 단면이 저돌적으로 제시된 느낌은 들지만,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동시대성을 반영하려고 한 기획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사진 설치, 비디오, 혼합매체 등 전통적인 사진을 보려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혼란과 실망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에 꾸며진 전시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현대미술의 성격이나 동향에 대한 상당한 정보와 이해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해외에서 30여 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편집자 등이 왔는데, 모처럼의 기회를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부스에 비해, 특별전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2부의 ‘대구사진의 여명’과 ‘장롱 속 사진’들이 안도감을 준다. 전체적으로 현란한 인상. 하지만 종합선물 세트식 콘텐츠로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과 사진문화 전반의 발전과 확산에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겠다. 

원래 사진축제는 국제적인 경향들을 단순히 추체험하거나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 지역(국가)의 사진문화의 총체적인 생산능력과 성과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사진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층을 확장하고, 사진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국제적인 교류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때마다 매번 시스템이 바뀐다면 운영의 자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관성이나 노하우가 쌓이기 어렵고, 그만큼 관청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법인화에 이어 조직위도 구성되었고, 삼세 번 경험도 했다. 세계 속의 대구사진으로 우뚝 설 것인가, 아마 내후년이 고비가 될 것 같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