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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실크로드의 거점 이스탄불에서의 한류 축제

윤범모

이스탄불은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펼쳐지는 작은 구릉의 시가지는 매력, 그 자체이다. 콘스탄티노플 시절,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곳. 그곳의 성 소피아는 역사적 변천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다. 과거의 기독교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세계적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는 99% 수준의 이슬람 국가이다. 물론 헌법상으로는 국교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슬람 국가이면서 여성들의 옷차림은 유럽처럼 자유스럽다. 터키는 남한의 8배에 이르는 커다란 면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터키의 국토 97%는 아시아(아나톨리아)이고 ‘겨우’ 3%만이 유럽(트라키아)에 붙어 있다. 거기가 바로 이스탄불이다. 수도 앙카라를 제치고 이스탄불은 인구 1,500만 명 정도를 포용한 국제적 대도시이다. 이스탄불, 과거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 도시였던 곳. 오늘도 그곳의 전통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에 가면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로 흥청거리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스탄불은 실크로드의 살아 있는 거점 도시이다. 이스탄불의 초가을은 코리아 축제로 들끓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로 9월을 뜨겁게 달구었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도 아닌 경북과 경주시가 우여곡절 끝에 ‘과감하게’ 국제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행사였다. 행사는 한류(韓流)의 흐름을 타고 갖가지 공연과 경북지역의 특산물 장터 등으로 다양했다. 많고도 많은 행사 가운데 순수 미술 전시도 포함되었다.

 




 

이스탄불에 펼쳐진 한국미술 전시회
이스탄불의 중심지, 바로 소피아 사원이 있는 광장, 그 서쪽에 마르마라대학미술관이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인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의 현장 같은 곳이다. 미술관에서의 전시 주제는 ‘원융(圓融)’, 바로 소산(小山) 박대성 개인전이다. 박대성은 그의 장기(長技)인 수묵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독자적 세계를 선보였다. 길이 8미터가 넘는 <불국 설경(佛國雪景)>을 비롯한 <원융> 등 대작 중심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먹의 맛’을 유감없이 표현해낸 ‘흑백’ 그림의 전시이다. 수묵이 주는 깊은 울림, 수묵화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다. 채색 난무의 시대에 이 같은 흑백 작품이 선사하는 감흥은 매우 독특하다. 수묵화의 깊은 맛은 어디서 나오는가. 필력이다. 필획이 주는 기운(氣韻), 그것은 서예의 멋과 상통한다. 소산은 화가이면서 누구 못지않게 글씨 연습을 해왔다. 필획의 맛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묵화의 특성은 붓의 힘에서 나온다. 그래서 필력이란 말이 소중하다. 이번 박대성 개인전은 세계인에게 한국의 수묵 정신을 알리는 좋은 계기였을 것이다. 물론 이스탄불에서의 수묵화 전시는 처음 시도된 것이리라. 전시장은 신라의 다양한 풍경들을 선보였지만, 터키의 카파도키아 같은 명소의 풍경도 ‘서비스’로 제공했다. 원융의 세계, 바로 우리가 함께 가는 동행의 현장이다.

 

토파네문예회관에서의 현대미술전 ‘Unknown Forces’, 흥미로운 내용의 기획이다. ‘사무소’의 김선정 기획, 20여 명의 각국 작가들이 참여하여 각자 기량을 자랑했다. 작품 주제는 다양했지만, 지구촌 시대의 변화하는 정치 경제적 환경에 대응하는 작품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서 공동체의 정체성(正體性)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획자는 촉수를 세계의 각처로 돌려 다양한 작가들을 초청했다. 하여 전시장은 다채로운 언어를 보여주었고, 특히 영상작품과 설치작품이 많아 눈요깃거리로도 흥미를 제공했다. 참여작가는 고 백남준을 비롯하여 배영환, 함양아, 김범, 김주현, 박찬경, 승효상, 서도호, 양혜규 그리고 동서양의 여러 국가 작가들 이름이 나열되었다. 원래 개인전으로 추진되었던 승효상의 경우, 그가 설계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봉화마을 묘역작품으로 대체했다.
또 다른 이색전시는 한국 사진작가 전시이다(기획 석재현). 육명심, 강운구, 김중만, 이갑철, 박종우, 구본창 등의 사진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와 풍광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이스탄불에서 펼쳐진 경주 남산 풍경 혹은 탈춤 풍경, 어찌 감흥이 절로 나지 않겠는가. 개막식에서 터키의 총리는 실크로드의 종점은 경주라고 공식 선언을 했다. 경주는 동서교류 현장인 실크로드의 종점이자 출발점이다. 이 같은 역사적 의의와 새로운 사명감 아래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야 할 것이다. 실크로드 종점의 결정체는 토함산 석굴암, 그래서 나는 이를 다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탄불, 9월의 이스탄불은 한류로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향후 후속타가 궁금해지는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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