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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예술원 미스터리

윤범모

천경자, 여인상, 1985, 종이에 채색, 60×45.5cm, 대한민국예술원 소장



천경자 미스터리. 참으로 희한한 신문기사 제목이다. 천경자 미스터리? 뭐가 어쨌길래? 기사의 핵심은 뉴욕에서 투병 중인 천경자 화가의 생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추정에서 비롯되었다. 천경자는 2003년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만년을 보내고 있다. 올해 90세이다. 사건은 왜 생겼는가. 대한민국예술원은 천경자 생사 여부의 문제로 지난 2월부터 회원 수당지급을 중단했단다. 지난 10년간 화가와 직접 대면한 외부인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술원은 회원 21명에게 매월 180만 원씩 지급해왔다. 그동안 예술원은 천경자 관련 생사 여부 확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사 확인에 대하여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화가의 큰딸 이혜선 섬유미술가는 불쾌감을 표현하고, 천경자의 예술원 탈퇴서를 제출했다. 가족은 화가가 살아 있다는데, 한쪽에서는 생존 문제 운운하면서 미스터리라 했으니 정말 희한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은 예술원 개원 60년을 맞아 특별전(4.17-7.27)을 열고 있다. 역대 예술원 회원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였다. 하지만 예술원이라는 거창한 말을 내세운 전시치고는 너무 ‘심심한 전시’였다. 60년이라면 회갑이지 않은가. 이제 예술원도 연륜이 쌓여 원로의 반열에 올라갔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의 예술원은 정말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가. 우선 60년 기념전시를 살펴보자.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심으로 꾸며졌다. 전시작품을 수장고에서 진열실로 평행이동한 것이다. 60년 역사에 대한 평가와 같은 의식은 애초부터 없었다. 늘 보아오던 그렇고 그런 소장품의 단순 나열, 전시는 관객의 감 동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무엇 때문에 예술원 전시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표정이 없는 예술원’이라는 대외적 이미지가 있었는데, 관련 전시까지 표정이 없었다. 대규모 전시는 기획자의 주장이나 성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예술원 60년전은 어떤 주장이나 평가작업과 무관한 학예회 같은 집안 잔치에 불과했다.

전시장에서 특히 놀란 것은 출품작가의 면면이었다. 어, 이 작가가 왜 여기에 있지! 나는 지금도 예술원 회원 선정기준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아니, 관심조차 없었다. 나라의 대표적 미술가라 하는 데, 원로 가운데서도 원로라 하는 데, 어떤 기준에 의해서 선정했는가. 미술사적 잣대로 역대 예술원 회원들을 평가하라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나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예술원 회원 선정은 기존 회원의 참여와 간섭이 없는 객관적 기구에서 선정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기존 회원의 참여는 기득권 행사의 잔치마당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예술원 회원인 한 특정작가는 절대로 신입회원이 될 수 없다는 것, 이는 낭설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예술원은 무엇하는 기관인가?
나는 예술원이 무엇하는 기관인지 알지 못한다. 양로원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예술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명칭과 부합될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예술원은 평상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매월 회원들에게 180만 원이라는 수당만 지급하고 있는 곳인가. 회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매월 수당을 받는가. 궁금할 따름이다. 수당은 국민의 세금이 아닌가. 예술원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천경자 회원에 대하여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 생사 문제의 미확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불행하게도 작금의 예술원 사태를 보면서 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에 나온 ‘천경자’라는 이름 대신 ‘예술원’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여 읽어 보았다. 참으로 희한한 기사가 되었다. 제목은 ‘예술원 미스터리’. 그 엉터리(?) 기사 내용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 국민은 예술원의 생사 문제를 확인할 수 없어 회원들에게 수당지급 중단을 요구했다. 예술원 가족은 예술원은 생존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예술원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본 국민은 없었다. 국민들의 신병 이상 운운에 대하여 예술원 회원들은 불쾌한 감정으로 사퇴서를 제출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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