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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풍류기인 조자용과 대갈문화축제

윤범모


도깨비 춤 추는 조자용


오늘의 우리 사회는 정말 불행한 사회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예전과 비교하여 없는 부분 하나가 있다. 기인(奇人), 정말 기인이 없는 사회이다. 그것도 풍류 기인, 풍류를 아는 괴짜, 정말 이런 부류의 인물은 없을까. 기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규격화되어 있고, 하여 모범생만 용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 정말, 기인이 그립다. 이 장기판 같은 사회에서 ‘파격(破格)’이 그립다. 파격! 
조자용이라는 사나이, 정말 그는 기인이었을까. 세월이 갈수록 그가 그리워진다. 조자용은 누구인가. 일찍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국제 신사, 그것도 하버드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계의 선구자. 하지만 그는 잘 나가던 건축가의 길을 버리고, 그러니까 보장된 출세가도를 외면하고, 괴짜의 길을 자청했다. 무엇이 조자용으로 하여금 파격의 세계로 진입하게 했는가. 민화, 그렇다. 바로 민화이다. 조자용은 민화라는 보물을 발견하고 인생을 바꾸었다. 허접한 그림이라고 무시되고 있던 민화가 조자용에 의해 대우받기 시작했다. 아니, 대우 정도가 아니었다. 조자용은 에밀레박물관이라는 민화전문뮤지엄을 건립했고, 연구와 전시 그리고 출판을 통하여 민화 제대로 알리기 사업에 앞장섰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조자용은 민화컬렉션을 엄선하여 해외 순회전을 개최했다. 후진국이라고 낙인 찍혔던 코리아라는 이름을 새롭게 부상시켰다. 바로 민화해외전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오늘날 민화에 대한 연구와 열기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오늘날 전국의 민화 인구는 수십만 명을 헤아리게 한다. 박사학위 논문「조자용 연구」(이영실)도 나왔다.
매년 1월 첫 주의 인사동에서 대갈문화축제가 열린다.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글자 그대로 전통문화의 향연이다. ‘대갈 조자용’을 기리는 문화행사이다. 조자용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가나문화재단과 가회민화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이다. 금년도 사업은 현대민화공모전, ‘『한국의 채색화』(전 3권) 출판기념 수록작품’ 전시, ‘가회민화아카데미 회원’ 전시,『조자용 논문 합본집』출판, 학술 세미나 등이 개최된다. 공모전은 전통의 민화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시대의 민화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복제 중심의 민화계에 대하여 새로운 바람을 촉구하고자 실시하는 공모전이다. 국제 경쟁력을 감안할 때, 민화풍의 현대화는 절실한 부분이지 않을 수 없다.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가에게는 파리 시떼데자르(국제예술공동체) 입주권을 부상으로 준다. 국제무대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체험해 보라는 기회의 제공이다. 더불어 조자용문화상 수상자는 통도사의 성파스님과 오순경 화가이다. 성파스님은 전통미술 그것도 재료와 기법의 부단한 실험과 계승이라는 소중한 작업을 지켜 오고 있다. 특히 스님은 근래 옻을 활용한 채색화를 제작하여 대대적인 개인전을 개최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현장이었다. 오순경 화가는 MBC 주말드라마 <마마>의 주역이었다. 시청률 20%를 넘긴 인기 드라마, <마마>의 주인공은 바로 민화 작가였다. 오순경은 드라마의 작품을 제공했고, 주연배우(송윤아)에게 민화 제작 연기를 지도했다. 민화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수상작가로 부상되었다.

조자용은 말년에 속리산으로 이주하여 삼신사를 짓고 정말 신선처럼 살았다. 어쩌면 도깨비처럼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 전통문화의 알맹이를 찾아 전국을 순례했고, 나름대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말년까지 그는 민화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 보급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대전에서의 대규모 민화전시, 그는 이 전시장에서 쓰러졌고, 그리고 이승을 하직했다. 조자용은 민화판에서 순직했다. 순직. 거구의 대갈 조자용, 그는 우리 문화에 진정 목마른 자였다. 대갈(大喝), 정초에 인사동에서 펼쳐지는 대갈문화축제는 우리 뿌리 찾기 운동의 하나라 하겠다. ‘특별시’를 대표하는 축제 하나 없는 서울, 특히 정초의 연휴기간에 볼 것이 마땅하지 않은 서울, 인사동을 수놓는 대갈문화축제는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대갈의 풍류정신이 새삼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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