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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관광과 제주비엔날레

윤범모


알뜨르비행장 ⓒ제주비엔날레



김옥선, 빛나는 것들_무제_하원1695, 2013, 디지털 c-프린트, 120×150cm



 뜨거운 여름, 부탄왕국을 다녀왔다. 히말라야 산자락의 오지에 있으면서도 행복지수 1위 국가라는 조그만 나라 부탄. 특이하게도 부탄은 외국인 관광객을 무조건 환영하지 않는다 했다. 황금만능주의와 거리를 두는 듯했다. 빈부차이가 심한 천민자본주의 나라 출신으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안게 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국세를 받아 교육과 의료 혜택으로 돌리는 나라. 그래서 부탄 국민은 학교와 병원을 공짜로 다닌다했다. ‘관광객 대환영’, 이런 표현이 없는 나라 부탄. 뭔가 시사하는 바 적지 않았다.


 ‘그랜드 투어’라 했다. 이번 여름 많은 사람이 유럽을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커다란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카셀과 뮌스터를 거쳐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그랜드 투어’의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현장에서 나도 참 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정말 비엔날레 비즈니스의 성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형 국제전시는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도처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부상되고 있다. 과연 관광사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좋기만 한 걸까.


 제주도립미술관 주최의 제주비엔날레가 신설되었다. 제1회 전시의 주제는 ‘투어리즘’ 바로 관광 제주와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제주도는 그동안 관광지로 각광을 받아 왔고, 이런 인기에 부합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한동안은 중국 관광객 때문에 발붙일 자리조차 부족했다. 호텔 신축을 비롯해 중국인을 겨냥한 투자는 활발했다. 하지만 ‘사드’ 태풍 이후 제주는 한산해졌다. 이번 비엔날레는 여러 군데에서 개최되었는데, 그 하나가 ‘알뜨르’이다. 식민지 시절 비행장으로 썼던 아픔의 현장이다. 삭막했던 이 폐허의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바로 어둠의 역사현장조차 관광지로 삼는 ‘다크 투어’의 하나이다.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만 있는 것이 아니라, 4.3과 같은 아픔의 역사도 갖고 있다. 오늘날의 관광은 어둠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한다.


 관광, 관광이란 무엇일까. 1920-30년대의 일제는 내지는 물론 반도까지 신작로를 뚫고 철도를 깔았다. 교통망의 확충은 명승지로 연결되었고, 그곳마다 숙박시설을 두었다. 바로 ‘관광’이라는 단어의 생활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금강산이나 경주 같은 관광지, 그곳을 안내하는 갖가지의 책자, 지도, 기념품 등이 쏟아졌다. 명승지 여행의 붐은 화가에게도 연결되어 풍경화의 시대를 낳게 했다. 관광은 이제 일상생활의 하나로 정착되어 갔다. 이번 비엔날레의 근대관광 아카이브에서 당시의 구체적 산물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코너이다.


 “관광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설렘의 시간이며, 그동안 쌓아온 생각의 성에서 빠져나오는 전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행 계획은 힘겨운 하루를 살아내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관광지가 삶의 터전인 이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관광객은 개인과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고객이지만, 그와 무관한 이들에게는 일상의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이방인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상황이 충돌하면 갈등이 발생합니다.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관광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우리 삶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입니다.”

- 제주비엔날레 안내문에서…


 이런 관광의 빛과 그림자를 성찰하고자 마련한 전시가 이번 제주비엔날레이다. 이런 의도가 얼마만큼 전시실에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다만 본 전시보다 아라리오뮤지엄의 구본주 회고전이 더 인상 깊었다는 관객 평도 있어 성찰을 요한다. 관광, 그 다면적 얼굴의 모습, 이를 어떻게 미술이란 그릇에 담을 것인가. 관광 제주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자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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