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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문화영토

윤범모


리 게오르기(b.1955, 카자흐스탄), 이주, 2018,
캔버스에 아크릴, 145×200cm, 경기도미술관 전시


‘장하다. 코리안!’ 이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전 세계에 퍼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을 보고 나온 감탄사이다. ‘정말 장하다. 코리안!’ 여기서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떠오르게 된다. 바로 이산(離散), 그 자체를 말한다. 원래 디아스포라는 조국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유대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자율적이라기보다 타율적 이주라는 의미가 강하다.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살게 된 경우. 재외동포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는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성질은 아니다. 19세기 후반 이래 해외로 떠나게 된 이산의 역사, 특히 식민지 시대와 전쟁 그리고 분단은 이산의 역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계 현대사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로 꼽힐 것이다. 현재 재외동포의 숫자는 약 750만 명 정도를 헤아리게 한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250만 정도, 그리고 일본 80만, 유럽 63만 등이다. 많이 줄어든 숫자라 하나 엄청난 동포들이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미술가도 많아 주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천년 기념 특별전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9.20-11.25)를 열었다. 중국, 일본, 중앙 아시아지역 등 현역작가 25명의 작품을 모아 꾸민 것이다. 내용은 이산의 역사로부터 뿌리와 정체성, 그리고 정착-또 하나의 고향 등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미술관은 작품만 모아 전시를 꾸민 것이 아니라 해당 작가를 초청하여 거창한 행사를 마련했다. 학술행사도 돋보였지만 참가작가의 워크숍이 흥미로웠다. 이들 작가는 민간인 통제구역인 DMZ 답사, 즉 제3땅굴, 도라산역, 도라산전망대 등을 둘러보았다. 비 갠 뒤의 날씨는 개성 쪽 경치를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분단 현장의 실감은 남다른 감회를 갖게 했다. 특히 미군 부대였던 캠프 그리브스에서의 1박은 절정이었다. 그날 밤 참가자들은 각자의 예술세계에 대하여 발표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5개국의 특성과 작가 활동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자리에 모은 디아스포라 미술가들, 이들이 건네는 의미는 사뭇 남달랐다. 나는 이 모임에 동참하고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사단법인 한민족교류협회 주최로 ‘세계 한민족미술 대축제’(11.8-11.14)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디아스포라 개념을 끌어안으면서 국내외의 코리안 미술을 모아 축제 성격을 강조한다. ‘평화/상생/공존’의 기치를 내걸고 ‘우리 집은 어디인가’를 타진하는 행사이다.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등 15개국 작가와 국내 작가 등 160명 이상이 참가한다. 특히 북한 화가들의 신작도 다수 선보인다. 이들 가운데는 화제의 작가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쿠바의 경우는 특기할 만하다. 알리시아 박은 애니깽(쿠바 한인 이민자)의 후손으로 3세이다. 그의 남편도 화가이지만 아들 역시 화가이다. 이들 쿠바의 모자(母子) 화가는 이번 ‘우리 집은 어디인가’ 전시의 의미를 실감 나게 한다. 정말 장하다, 세계의 코리안 미술가들!

예전에는 세계지도의 국경으로 나라의 위력을 저울질했다. 국토의 의미는 매우 컸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국경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지구촌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는 작금의 국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토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바로 ‘문화 영토’이다. 한류(韓流)는 국경선을 무너트리고 국제무대를 흔들고 있다. 이제 세계의 웬만한 도시이면 코리안이 살고 있고, 으레 한국식당도 있게 마련이다. 자원이라면 엄청난 자원이다. 코리아의 국력을 상징하는 자원. 재외동포 가운데 미술가도 적지 않다. 이들을 포함한 문화예술가의 역할은 ‘문화 영토’의 역군으로 기대하게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재외동포를 위한 모국에서의 역할이다. 동포를 위한 보다 본격적 기구도 절실하다. 특히 해외 거주 미술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배려도 절실한 상황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제는 우리 국력의 상징으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행한 이산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재외동포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국가로서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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