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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구자로서의 큐레이터, 김영순

김준기

김영순 큐레이터


예술(Arts)은 산업자본주의와 민주시민 사상을 근거로 작동하는 문화가치 개념이다. 그것을 미술(美術)로 번역한 동아시아에서 시각예술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것이 김영순의 가장 큰 화두이다. 미술의 근본 개념을 파고드는 김영순의 의제는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이어진다. “아트나 뮤지엄은 유산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생장하는 생물체로서 더 이상 과거의 유물로 상상의 공동체를 이념화 하는 전시공간이 아니라 공동의 체험을 공유함으로서 공동의 기억으로 유대를 지닌 미래의 문화자원을 생산하는 기제이다.” 그는 ‘동아시아에서의 미술은 일본이 근대 국민국가 내의 독립된 아이덴티티 확보를 위해 담론화 과정 없이 사회화 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담론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89년부터 총 4부로 진행한 한원갤러리(미술관)의 기획전 <한국 현대미술의 한국성 모색>은 그의 문제의식을 담은 기념비적인 전시이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대유문화재단 디렉터로 일하면서 영은미술관 개관을 주도했던 그는 컬렉션과 전시, 교육 등은 물론이고,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갖추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을 만들어냈다. 그가 추진한 김해연지조각공원 조성 사업도 당시로서는 드물게 예술감독 체제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서 문화유물론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 2012년에는 한중수교20주년 기념전으로 디지털정보화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 ‘동아시아문화의 기억’을 리부팅한다는 개념의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전 : 리부팅’(2012.9.11-9.12, 중국 베이징, 옌황미술관)을 기획했다. 문화생산자로서의 주권 확보와 문화가치의 변동가능성을 고민한 그의 의제는 정보화 사회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지자본으로 작동하는 예술, 동아시아 집단무의식의 재생과 동아시아 문화가치의 재구축 등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기억, 장소, 문화생산 등에 관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는 이 프로젝트는 담론생산으로서의 전시기획을 추구하는 그의 지향을 보여준다.


미술을 뛰어 넘는 담론 연구
1993년에 출발한 한국근대미술사학회의 창립멤버로서 그는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미개척분야에 가까웠던 근대미술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비전 2000>에 참가하여 한·일 대중문화개방과 탈이데올로기, 장르해체, 문화산업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문화정책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영은미술관의 개관을 마친 후 그는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펠로우쉽 대상자로서 동경대학대학원 문화자원학과 객원연구원, 객원교수로서 문화연구방법으로서 미술과 문화 개념을 연구했다. 그의 일본 연구는 정교하면서도 폭이 넓다. 예를 들자면, 2005년의 일본문화청 주최 세계문화포럼에서 발제한 「한국에서의 일본미술, 일본취미의 문제」와 같은 논문은 일본의 대중문화를 접하는 한국의 양가적 감정을 분석했다. 10여 년 간 비평과 미술사, 미술관 종사자, 문화정책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일해 온 그에게 일본에서의 연구 생활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큐레이터의 역할을 전시기획자에 한정하지 않는 그에게 있어서 전시기획은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연구과제를 실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총정리 한 초창기의 연속 기획전에서 그는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라는 극단적인 대립구도의 한국현대미술을 제3의 시각으로 새롭게 읽어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나 미술관 건립, 국제교류전 등을 추진할 때도 그는 시각예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려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았다. 그의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다음과 같은 말에는 연구자로서의 큐레이터가 어떤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나타난다. 
“기억, 유물론 자원으로서의 미술, 인지자본, 지적정보로서의 문화 자원, 국가, 민족, 개인, 소통과 공유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서양이 생산한 동양이나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일본이 생산해온 동양과 동아시아 담론을 극복하는 일, 그것이 나의 연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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