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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소통과 융합의 큐레이터, 김희진

김준기



말하는 큐레이터 김희진. 그의 일에는 말이 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탁월한 언변으로 미술계 사람들은 물론 거의 모든 영역의 전문가 및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대화의 달인이다. 그는 전시와 출판, 지역프로젝트, 국제교류 등을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과정에 날것으로서의 말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끄집어내는 소통과 융합의 큐레이터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역사는 다름 아닌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계 진출을 준비하다가, ‘캐릭터, 스토리, 이미지, 사적 욕망, 행위, 소리, 사연, 기억, 개별적 생존전략’ 등의 키워드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삶과 사람, 현상을 보되 시각 언어와 사유가 같이 움직이는 미술의 인지 구조가 좋아서 십여 년 전부터 미술판서 큐레이터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당연히 쿨한 전시보다는 지지고 볶는 워크숍, 네트워킹, 현장 커뮤니티 협업, 출판, 아카이브, 퍼포먼스, 사운드, 전시가 혼합된 형식의 기획을 꾸리고야 만다. 복잡하게 에로틱한 역사의 현장에 매료되는 탓에 현재 사연 많은 작가들의 미술공간 아트스페이스풀의 디렉터이자 독립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술에서의 언어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큐레이터이다. 그가 말하는 언어는 문자언어나 구두언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개인의 생각, 입장, 인식, 나아가 사유/감성체계’ 등을 포괄한다. ‘생산의 근원지는 작가들과 갈등의 삶 그 자체’라고 보는 그는 무수히 많은 질문과 탐구, 체감, 감응 등을 담아서 ‘미래 사회에 좀 더 넓고 다공적인 사유지형’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말을 나누고 생각을 섞는다. 따라서 그의 프로젝트는 기획서로 시작해서 결산서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난다. 
“사유지형과 반경을 염두에 두다보니, 생각과 발언의 민주화에 관한 작업을 그동안 많이 해온 것 같다. 도전적인 언어, 체제에서 언명되지 못하는 언어, 체제 사이에 끼어서 등록되지 못한 언어, 너무 앞서가서 망실된 언어, 심지어 잘 들리지 않는 상상계(심지어 영계!)의 직관언어 등, 채굴하고 엮어갈 귀한 언어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이제 겨우 작가들의 어법에 익숙해져가는 마당에, 요즘은 언어의 육화와 궁극적인 에피스테메의 가난에 대해 고민 중이다. 담론은 작업 이야기에서 자라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심 공유자들이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자리와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미술계에 필요하다. 비평은 그 다음이다.”

말을 많이 해 온 큐레이터 김희진은 그만큼 글과 책도 많이 남겼다. 『큐레이터 본색』(공동, 2012, 한길사), 『연속과 강도』(20 10, 포럼에이), 『저널 볼 9호 - 동두천 : 미술인 리포트』(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무수하다. 글로벌 기획협업 네트워크인 ‘Museum as Hub’의 창립파트너이며 국내외 현대미술 심포지엄에 발표 및 기고자로 참여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는 기획프로젝트들을 만들고 풀어나가는 실행력이 매우 센 큐레이터다. ‘유체이탈 維體離脫 : 김정헌, 양아치’(2012), ‘군산리포트’(2011-12), ‘백지에서부터’(2011), ‘긍지의 날 6부작’(2010), ‘Dongducheon’(2007-08), ‘Unconquered’(2009), ‘Tongue, Liberated!’(2007), ‘생각은 입에서 만들어진다’(2006)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우리시대의 실천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움과 비엔날레, 대안공간을 두루 섭렵한 그의 이력은 활동방식 만큼이나 다이내믹하다. 그는 이화여대 영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뉴욕시립대 퀸즈칼리지 미술사학과 석사과정과 뉴욕대 뮤지엄스터디즈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프로젝트 리서치 인턴 일을 시작으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코디네이터(1998), 미디어시티서울 2000 어시스턴트 큐레이터(2000),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전시팀장(2004),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2004-05), 인사미술공간 큐레이터(2005-09) 등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 이후 아트스페이스풀 대표를 맡고 있다.


photo : 2010 Contemporary Art Journal Summer 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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