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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운기, 지역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기

김준기




“기존의 미술시스템과 그 속에서 작동하는 욕망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오히려 그것을 교란시키고, 경계를 해체하면서 예술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예술활동을 지향한다. 인천  배다리마을을 거점으로 지역공동체문화 활성화에 비중을 두고 여러 시민문화예술단체 및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도화된 영역에서보다는 구체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예술활동을 풀어내는 가운데 다양한 언어를 찾아내고 소통을 이루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천 배다리마을에 자리잡은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1965- ) 대표는 전시장과 바깥공간을 드나들고, 배다리와 지역사회를 분주히 오가며, 예술영역과 시민사회영역을 넘나들고, 문화생산과 담론생산을 병행하며, 이론과 정책의 영역을 횡단하고, 창작과 비평을 함께 하며, 예술적 생산과 비평적 성찰, 대안적 실천을 아우른다. 그는 1995년에 지역미술연구모임을 꾸리고 1997년부터 지역미술비평지인 「시각」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에 인천 신도심 지역의 구월동에서 스페이스 빔을 열었고, 2007년에 예술적 실천을 통하여 변화를 추진할 여지가 많은 배다리로 옮겼다. 입주당시 그곳은 막걸리 공장으로 쓰였던 곳. 1926년부터 1996년까지 70년간 막걸리를 생산하다가 10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곳을 개조해서 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켰다. 

청년기의 그는 자유주의자였다. 개인의 자유를 향한 그의 탐색은 견고한 미술시스템과 갈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근대와 근대예술이념의 한계와 왜곡 현상을 목도하면서 그는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 실행 모드로 전환해갔다.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인천으로 설정하고 도시사회의 맥락을 타고 넘나들었다. 지역 속에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기. 이것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그는 인천이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접속과 배치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공공의 맥락을 중요시하고 당대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주제나 내용을 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의미와 효과를 생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따라서 그는 관료화하는 예술프로젝트를 경계한다. 공공의 장소라는 물리적 공간의 문제에 귀결하지 않고 공공적 의제를 생성하는 것이 공공예술이며, 공공예술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인천지역의 문화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해왔다. ‘인천여성비엔날레’에 대한 안티비엔날레로 ‘남성미술비웃날레’를 조직했고, 구겐하임미술관 유치, 송도아트센터 건립, 일랑미술관 건립, 인천세계도시축전, 펜타포트페스티벌 등 문화를 홍보 수단화하는 인천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또한 그는 인천미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인천미술아카이브를 꾸리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미술관이 없는 인천에서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은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원로화가 이철명 선생이 모아온 자료들을 토대로 1995년부터 지역미술 연구모임을 꾸렸고 지금까지 인천미술아카이브를 지속하고 있다. 1950-6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방대한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인적·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체계적인 분류와 연구는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큐레이터의 일은 더없이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창작행위이다. 그는 문화생산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대한 자기 비전과 전망을 가지고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자기 전략과 방법론을 만들어 나가는 큐레이터다. 그는 큐레이터의 이름으로 작가 개인의 명망성에 기대거나, 문화권력에 편승해서 일종이 서포터나 프로모터로 기능하는 데 머물러 있거나, 또는 언론권력과 공간권력에 의탁해서 자신의 가치지향을 시류에 편입하는 데 골몰하는 일과는 거리를 둔다. 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천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역주의 예술실천을 추진해온 그의 사유와 실천은 사회예술을 지향한다. 열린 도시공동체 인천을 향한 그의 일들은 인천의 사례를 토대로 다른 도시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연대하는 것으로 넓어지고 있다. 요컨대 그의 사유와 실천은 폐쇄적인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상호지역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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