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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최태만, 학문과 비평 그리고 전시

김준기

최태만


격년제 국제미술행사 ‘창원조각비엔날레 2014’의 예술감독 최태만은 전시주제를 달그림자(月影)로 잡았다. 최치원의 월영대와 마산공단 여성노동자들의 달그림자, 그리고 오늘날 통합창원시의 앞바다를 비추는 야경 모두를 두루 꿰는 화두다. 그것은 도시의 역사성을 동시대 삶의 공간에 투영하는 일이다. 또한 그는 조각프로젝트의 범주를 퍼포먼스와 공동체예술로 확장했다. 문신미술관, 돝섬, 마산항 중앙부두 등에 설치한 조각 작품 이외에도 부림시장·창동 등 마산 원도심 곳곳에서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예술을 내세웠다. 통합창원시의 에너지를 공공미술과 공동체예술의 흐름에 접목한 것이다. 그는 동시대 첨단의 의제를 모아 밀물처럼 밀고 들어 왔다가 썰물처럼 쓸려나가는 이른바 비엔날레급 전시의 허영을 걷어치우고 삶 속으로 파고드는 예술을 지향했다.

광주와 부산, 대구, 서울, 대전 등 한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열리는 격년제 국제미술행사들 가운데 이렇듯 전시장 바깥 삶의 공간을 주요장소로 선택하는 미술행사는 없다. 조각프로젝트라고 해서 특정 주제의 조각들을 모아서 일회성 전시에 출품하거나 단선적인 장소특정성에 머무는 조각들의 나열을 피하기 위해 그는 도시의 서사를 끌어들였다. “달그림자처럼 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과 같은 대표문구는 시각예술에 대한 오랜 동안의 공부와 글쓰기, 현장기획력이 뭉뚱그려진 결과이다. 대학 교수이면서 동시에 뮤지움과 비엔날레의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면서 그가 길러온 힘은 학문과 비평의 두 영역을 동시대 미술현장과 연결하는 큐레이터 정체성이다. 

문학소년으로 자란 그는 대학시절 미술평론가로 데뷔했다. 필명 최정해. 현장에서 민중미술운동을 경험한 그는 군복무 중에도 현장의 미술인들과 교류하며 형상회화에 대한 비평적 경향성을 다졌다. 이후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조각 관련 글쓰기와 공부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면서 ‘93 휘트니비엔날레 서울(1993.7.31-9.8)’, ‘민중미술 15년 : 1980-1994(1994.2.5-3.16)’ 등의 전시를 추진하면서 1990년대 전반기의 한국미술계가 생성해낸 변화의 중심에서 큐레이터십을 발휘했다. 미술관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는 꾸준히 미술현장의 전시기획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인권, 민주, 평화 등 동시대 인류의 보편가치를 향한 예술적 실천의 가치를 학문과 비평, 그리고 전시 세 영역에서 고루 펼쳐왔다. 

최태만과 같은 50대 초반의 2세대 큐레이터들 가운데 1980년대 초반 이후의 미술계 현장을 목격하며 성장해온 큐레이터도 드물다. 그는 현실과 발언 등과 같은 소그룹운동의 태동과 전개과정을 목격했으며, 형상회화를 주도했던 부산미술계의 생생한 현장과 동행하며 성장했다. 뮤지움과 비엔날레를 두루 섭렵하며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그의 이력 뒤엔 미술평론과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적 토대 이전에 풍부한 현장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동서문화교류사에 관한 연구와 특히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동시대성에 관한 인류학적인 접근으로 역사와 동시대에 대한 문명사적인 시각과 실천을 강조한다. 특히 그가 주안점을 두는 큐레이터정신은 역사적 관점을 동시대의 예술적 소통과 매개하는 현장의 실천이다.


- 최태만(1962- ) 서울대 회화과, 동 대학원 미술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한국전쟁과 미술-선전·경험·기록」박사. 모란미술관 기획실장(1990-92),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1993-97), 서울산업대 조교수(1997-2003) 등 역임, 현 국민대 교수(2003-현재). ‘로댕, 위대한 손’(예술의전당, 2002), ‘2004부산비엔날레’(2004), ‘어제 안에 오늘 : 잊혀진 전쟁, 새로운 기억’(2008), ‘인권, 사람이 하늘입니다’(2009),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2009, 2010) 등 큐레이터 및 예술감독,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한국 현대조각사 연구』(아트북스, 2007)등 다수. 제1회 한국구상조각회 조각평론상(1992), 한국미술저작상(김세중기념사업회, 2007)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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