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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엽, 미술박물관의 소장품과 큐레이터정신

김준기

장엽의 지향은 ‘미술품을 다루는 박물관의 소장품 전문 큐레이터’다. 그는 만25년 전인 1990년 1월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서 일을 시작했다. 소장품 3,400점이던 시절에 신입 큐레이터가 된 그는 2015년 현재 소장품 7,500점을 관리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2실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2014 미술관분과회의>(2014.12.1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소장품분과 기조발제를 맡은 그는 발제문「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수집·관리」에서 국립현대미미술관의 소장품 수집 방법과 성과를 경복궁시기, 덕수궁시기, 과천시기 등으로 분기해서 각각의 특징을 정리했다. 또한 소장품의 분류, 해외미술 수집, 콜렉션의 특성화, 수증정책의 정립, 동시대성의 수용, 작품구입과 창작지원, 저작권 관리, 소장품 관련 아카이브 구축, 연구 등 ‘소장품 12과제’를 제시하고 각 사안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역사에 대한 그의 분석은 제 자리에서 오랫동안 한길을 걸어온 전문가의 무게가 담겨있었다. 그의 분류에 따르면, 초창기인 경복궁시기는 소장품 정책의 기틀을 세운 시기인데, 이경성 관장 재직시기인 1971년부터 동양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등 5개 분야로 나눠 소장품의 수집, 등록, 관리를 시작했다. 덕수궁시기(1973-1986년)에는 13년동안 구입과 수증, 관리전환을 거쳐 1962점으로 소장품 수가 늘어났다. 과천으로 이전한 1986년 이후부터 10억 원 이상의 구입예산을 가지고 체계적인 소장품 수집을 시작했다. 과천시기 30년 동안 5,500점의 소장품을 수집하고 소장품 관리와 보존을 체계화한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연구대상일 정도로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과천시기의 소장품 정책을 관장의 재임시기별로 분류해서 그 특징을 분석한 대목에서 25년의 경험이 도드라져 보였다. “관장의 소장품 수집정책은 뚜렷하게 역사적 결과를 남긴다. 임영방, 오광수, 최만린, 김윤수, 배순훈, 정형민 등 역대 관장들은 각각 다른 소장품 정책을 실행했다. 역대 관장들은 각각 국제적인 수준의 해외미술작품 수집에 집중하거나, 한국의 근현대미술에 수집 전문성을 발휘했으며, 특정 미술사조의 컬렉션을 강화하는가 하면, 학예연구사들의 소장품 연구와 추천에 자율성을 부여했으며, 디렉터십(Directorship)을 중심으로 한 수집정책을 실행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정리는 매우 가치중립적인 것으로서 각각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의 발제는 많은 것을 함의했다. 미술관 수장이 펼치는 정책방향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를 사실확인 정도의 언급으로도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십(Curatorship)과 디렉터십의 간극이 큰 지방미술관의 경우, 관장이 소장품 수집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제도화 해놓고 있다. 그는 소장품 수집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관장을 배제함으로써 역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모순을 지적한다. 관장의 재량으로 소장품수집을 실행했던 초창기에 비해서, 학예연구사들의 추천 권한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미술관 수장이 최종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소장품정책을 추진하도록 신뢰의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장품 수집정책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서 체계화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국의 공공미술관이 풀어야 할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논점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정책의 차별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국미술사 성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미술을 제대로 조사, 연구하여 아카이브를 꾸리는 일은 그가 가까운 미래에 실행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는 한국의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소장품 정책의 방향성을 설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논리나 당대의 지명도에 연연하지 않고 미술사적 관점을 유지하는 건강한 보수주의자의 관점, 특성화 전략에 입각한 정책 수립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의 조화 등을 이야기하는 그의 차분한 어법은 언제나 공감과 설득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다.


- 장엽(1964-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시작하여 전시와 교육 분야의 업무를 거쳐 주로 소장품 업무를 담당. 2011년부터 학예연구1팀장, 2012년부터는 학예연구2실장으로서 소장품의 수집 및 관리, 미술아카이브 구축, 연구센터 업무 등을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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