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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인문과학 기반의 현장 큐레이터, 김재환

김준기

김재환


박물관 종사자는 현실이나 현장과 거리를 둔다. 미술박물관도 크게 예외는 아니어서 사회현실이나 미술현장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 것에 터부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무릇 박물관 종사자란 현재진행형의 의제 설정과 쟁점화를 추구하는 당대의 활동보다는 이미 역사적 평가가 완결되었거나 더 이상의 변수가 작용하지 않을 법한 안정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학예연구 본연의 일임은 주지의 명제이다. 그것은 박물관학의 근간을 이루는 역사적 실재이면서 동시에 박물관 종사자의 실천적 윤리를 강제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박물관의 경우 다소간의 예외적 상황이 주어진다. 그것은 현대미술이 완결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활동운화하는 과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미술 관련 미술박물관 종사자에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는 시간의 축선을 따라 가치의 교류와 연결, 단절과 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김재환은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현재를 규정하는 과거의 가치를 존중하되 미래를 규정할 현재에 대해 구체적인 참여와 개입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조사연구와 학술, 전시, 교육 행위를 추구하는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이 충만한 공간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석박사 과정에서 미학을 전공한 ‘인문과학 기반의 큐레이터’인 그는 전형적인 미술의 논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미술이 사회 속에 존재하는 방식에 관한 탐구와 그 과정과 결과의 공공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술박물관 종사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2007년 무렵 그는 부산의 대안공간반디와 오픈스페이스배를 드나들며 현장의 조사연구를 시작했다. 미술과 사회의 교차점에 서고자 했던 그에게 이 시절의 체험은 든든한 자산으로 남았다. 그는 온라인 서치로 현장조사를 대체하는 일부 큐레이터들과는 결이 다른 ‘현장의 큐레이터’이다. 

그는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일을 기본으로 사회와 미술을 연결하는 현장활동을 지속해왔다. 물론 관 내외를 두루 오가는 김재환의 큐레이터 활동은 공공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활동은 저술은 기본이고 연구모임이나 매거진, 독립기획, 협력기획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부산의 대안공간에서 청년작가들과 교류하던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문학자들과 예술인들로 구성된 ‘부산미학미술사연구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창작자와 이론가들의 상호작용으로 서로 공백을 메워주는 공부모임으로서 융합형 전시 ‘초특가! 부산투어패키지’를 기획하기도 했다. 관광과 풍경을 연결하는 일상프로젝트로서 부산인문학을 지향했다. 10년 가까이 운영한 이 모임은 후에 ‘팀미실’로 전환하여 공공미술 출판이나 사회참여전시를 열면서 한 걸음 더 현장중심 활동으로 진화했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크레인 농성과 동행하고자 한 『A4크레인』(공간초록, 2011)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독립매거진 『비아트』 발행의 실험은 김재환 큐레이터의 또 다른 실험이었다. 다수의 창작자들과 이영준, 최민영, 이혜민, 박수지 등의 기획자들이 모인 ‘비아트협동조합’은 미술비평지 발행, 대안공간 운영,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탄탄하게 이어갔다. 이러한 활동은 창원과 지리산으로 이어졌다. 2014년에 시작한 ‘지리산프로젝트’ 큐레이터로서 그는 산청과 하동, 남원 등에서 성심원과 실상사와 지리산둘레길에서 자연과 공동체 기반의 우주적 정신성을 추구하는 실험에 동참했다. ‘창원아시아미술제’에 협력큐레이터로 참여한 그는 경남도립미술관이 위치한 창원시의 예술가들과 창원의 미술생태를 고민하는 현장 실천에 깊숙이 들어갔다. 예술의 민주화 차원에서 창원의 미술생태 활성화에 뛰어든 것이다. 예술의 자율성과 더불어 그것의 생산과 향유가 이뤄지는 경남의 역사를 배경으로 아카이브형 주제기획전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다. 최근에 개최한 ‘형평의 저울’은 100년 전의 백정해방운동과 동시대의 혐오와 차별을 연결한 전시이다. 30-40대의 청춘을 바쳐 미술현장에 뛰어든 공립미술관 큐레이터 김재환은 50대에 접어들어 한 단계 성숙한 인문과학 기반의 중견 큐레이터로서 지역 연구 중심의 학술 및 전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김재환(1973- ) 영남대 미학미술사학과 박사 수료.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2007- )로 재직. ‘한국현대미술로 해석된 리얼리즘’, ‘대만현대미술전’, ‘폐허프로젝트’, ‘지리산프로젝트’, ‘도큐멘타 경남 I – 기록을 기억하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등 전시기획. 『비판적 예술이론의 역사』(공저, 2022, 백산서당). 제5회 이동석전시기획상(2012) 수상. 『비아트』 편집위원 역임, 한국큐레이터협회 소장품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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