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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최빛나, 커먼즈와 예술의 사이에 선 큐레이터

김준기


최빛나 ⓒ 사진: 브란딘 리우
Brandyn Liu


최빛나는 탈식민주의, 여성주의, 생태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미적 체험을 추구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성을 탐구하기 위하여 공공의 시공간 속에서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는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되 그것을 넘어서 삶의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집합의식으로서 문화를 생성하고 지탱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얼핏 평범한 현대미술 큐레이터의 목표처럼 보이지만, 최빛나정신의 핵심은 예술적 실천을 문화생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파악한다는 데 있다. 그는 미술계에 굳건히 발을 딛고 활동하면서 동시에 삶의 문화 생성이라는 궁극의 과제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범하다.

2008년 6월부터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카스코(Casco)’의 디렉터로 30대를 보낸 그는, 시각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비평적 의제와 사회적 변화의 의지가 담긴 전시가 충만한 뉴욕 뉴뮤지엄을 접하면서 큐레이터의 꿈을 키웠다. 기성교육 체제를 넘어서는 대안을 발견한 그는 데아펠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네덜란드로 갔다가 카스코의 디렉터에 지원·임용되었다. 첫 카스코 프로젝트는 ‘대가사혁명(Grand Domestic Revolution)’이다. 그는 신작 제작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해 보려다가, “집”이라는 공간의 함의를 찾아 프로젝트로 키워나갔다. 

80%에 달하는 네덜란드 사회주택 위기, 스콰팅(빈집 점거) 불법화, 이주가사 노동자들의 노동운동, 2008년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성이 커지던 시기에, 최빛나와 동료들은 2룸 아파트를 빌려 레지던시, 실내건축 작업, 공동영상,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하면서 공동체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음 단계에선 Composing the Commons(커먼즈/공유재를 조직/직조/작곡하기)”라는 주제로 신작 커미션과 공동연구그룹 등을 만들고 유사기관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카스코의 재정과 조직, 활동, 관정을 확대하면서, 인도네시아(2014), 세네갈(2015), 키리기스스탄(2016) 등에서 탈식민주의 네트워크 실천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카스코’의 이름을 ‘Casco Art Institute: Working for the Commons’로 개정하고 조직과 사업에 변화를 주었다. 예술기관으로서 커먼즈를 실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물질형식으로서 예술의 폭력성을 덜어내고자 하는 생각으로 예술의 영역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윤리적 태도로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했다. 이러한 모색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온 그는 예술의 가능성을 예술 고유의 장 내에서 도돌이표 방식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사회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커먼즈 실천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큐레이터로서 최빛나의 활동 방식은 특정 공간 중심이 아니라 공간과 사회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왔다.

카스코 디렉터 일의 무게를 줄이기 시작한 그는 ‘2022 싱가포르비엔날레’의 공동예술감독으로 일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더군다나 싱가포르라는 ‘사회주의적 초자본주의 국가’에서 인간의 기원과 생존의 문제를 다루며 그는 비엔날레를 치러냈다. 이어서 그는 ‘2025 하와이트리엔날레’ 기획을 맡았다.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새로운 해법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하와이의 원주민 문화와 철학을 그 자신이 공부해온 커먼즈과 접합시킨다는 계획이다. 원주민들과 거주민들, 그리고 전세계의 예술인들과 함께 커먼즈의 생생한 사례를 만나는 것이 목표이다.

최빛나의 생각이 생명평화로 이어지는 건 전지구의 위기상황과 맞물려 필연적인 귀결로 보인다. 특히 반전평화는 구체적인 실천의제로 바짝 다가서 있다. 지구라는 커먼즈에서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이 큐레이터로서 최빛나의 숙명적인 과제로 떠오른다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윤리적인 응답일 것이다. 이렇듯 중견 큐레이터로 성장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두루 꿰며 활동해온 그의 최근 관심사는 뜻밖에도 농사다. 땅과 친해져서 소규모 농사운동을 시작하는 목표는 생명평화의 실천이다. 그것은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며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생명평화 공동체의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여 커먼즈와 예술 사이에 선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일이다.




- 최빛나 네덜란드 ‘카스코아트인스티튜트’ 디렉터. 2016 광주비엔날레: 제8 기 후대 ‘예술을 무엇을 하는가’ 큐레이터, 2022 싱가포르비엔날레의 공동예술감독 역임. 2025 하와이트리엔날레 큐레이터. 독일 쾰른 ‘Akademier der Kunstder Welt’회원, 프랑스 파리 기반 문화변화가 국제네트워크 ‘Afield’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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