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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김연주, 지역공동체와 공진화하는 제주도 큐레이터

김준기

제공: 김연주 큐레이터


김연주는 제주도 큐레이터다. 제주도에 많은 큐레이터가 있지만, 김연주처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연구하고 기획하며 활동하는 큐레이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제주도 화북 거로마을에서 문화공간양의 기획자로서 일을 시작했다. 이 마을 출신 김범진 관장이 사재를 출연한 이 공간은 레지던스와 조사연구, 학술, 전시 등의 활동을 하는 마을공동체 속의 예술공간이다. 한반도 물건너 섬에서 한적한 마을 공간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큐레이터 김연주는 어느새 서울 출신의 외지인이 아니라 섬의 역사와 현실에 착근한 제주도 사람으로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시작은 미디어아트와 공공미술이다. 2001년부터 박삼철과 이섭 등이 함께한 ‘아트컨설팅서울’에서 큐레이터 일을 시작해 연구와 기획으로 미술현장에 뿌리를 내리며 중견 큐레이터로 자리잡았다. 그는 ‘한일미디어아티스트 4인 4색’(2005),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서울시와 함께 일어서自!’(2009) 등 다수의 프로젝트 기획과 진행에 참여했다. 서울 도심의 거리를 미술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에 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는 최상의 매개였다. 특히 주민참여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면서 전시장의 관객을 만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소통 경험을 쌓아나갔다. 이때부터 그의 관심사는 공공성으로부터 구체화하여 공동체성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에게 공동체와 예술이라는 화두는 연구자로서만이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의제이다. 마을마다 예술이 자리잡고 사람들이 제각각의 취향에 따라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 거대해 보이는 이 일을 김연주는 자신이 정착한 마을에서 펼쳐나가고 있다. 제주도 화북의 거로마을은 김연주가 추구하는 예술공동체성을 집약한 곳이다. 마을 속 문화공간에 자리잡은 김연주는 마을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옛 기록은 물론 현재를 기록하는 일로 조사연구를 펼쳤다. 예술학을 전공한 그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마을공동체에 뿌리내린 연구자로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의 주류 무대에서 활동하던 김연주는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적인 것과 전지구적인 것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밧듸글라’(2018), ‘만평’(2021) 등의 전시에서 거로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예술가들의 눈으로 기록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예술적 소통을 제안하고 실험한 사업이다. 지난 2020년 문화공간양에서 열린 ‘큰터왓’은 조사연구 바탕으로 마을사람들 옛 자료와 인터뷰, 예술가들의 작업이 함께 한 전시로서, 제주4.3 이후 잃어버린 마을이 된 큰터왓마을과 다시 재건한 거로마을을 아우른다. 2019년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분홍섬, 제주-베를린: 제주 4.3 세미나’는 2014년과 2015년 제주도 공동체와 제주 4.3을 주제로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공동작품을 만든  전시 ‘분홍섬 공공’의 연계 프로그램이다.

30년을 이어온 4.3미술의 학술적 연구를 통해서 그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의 역사와 생태 그리고 장애인미술은 김연주가 지속할 연구와 기획의 주제이다. 그는 최근에 시각장애인의 미술작품 감상을 위해 제주도립미술관 야외조각의 1/5축소모형을 만들고 음성해설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의 구상 중에는 문화공간 양의 거로기록보관소를 체계화하고, 제주예술기록보관소(JAA, Jeju Art Archive)를 만드는 일도 있다. 또한 예술가 지원정책과 예술가의 권익 향상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제주4.3을 주제로 한 작품 분석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그는 ‘예술은 현실과 사실 너머의 진실에 다가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리하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술은 삶과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은 큐레이터 김연주 정신의 핵심이다. 예술적 실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김연주의 삶은 지난 25년간 치열한 연구와 비평, 기획 활동으로 단단하게 영글어왔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만나고, 듣고, 말하며 움직이는 김연주는 온 삶을 예술적 실천에 투여하며 지역공동체와 공진화하는 제주도 큐레이터로 살아가고 있다.


- 김연주(1974- ) 홍익대 예술학과 학부 및 석사 졸업 후 동일 전공 박사 수료. 제3회 광주비엔날레(2000) 뉴미디어아트전 ‘상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아트컨설팅서울 큐레이터(2001-2011). 이동석 전시기획상 수상(2015). 울산대, 성신여대, 제주대 등 강사 역임. 한라일보 등 칼럼니스트. 문화공간 양 큐레이터(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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