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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양지윤, 생태위기를 직면하는 큐레이터

김준기


양지윤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양지윤은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 대안공간루프의 2세대 디렉터다. 창립자가 공공미술관으로 나아간 이후, 어렵사리 살림을 꾸리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안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창기 대안공간이 미술계 내에서의 새 지형도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면, 그 이후 대안공간은 사회적 실천과 연계하며 새 판을 짜고 있다.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로 시작한 양지윤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다채로운 현장 경험을 이어왔고, 이제는 그 공간 운영자로서 치열하게 예술의 사회적 실천과 소통을 모색하는 큐레이터 겸 디렉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프로젝트인 ‘헥스드, 벡스드, 섹스드: 8인의 한국 여성 예술가’는 양지윤의 현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웨스트덴하그에서 열린 이 프로젝트는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여성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 온 과정과 그 결과를 담았다. 여성의 전망과 요구, 가능성 등을 탐구하는데, 가부장적 통제를 넘어서기, 계급과 인종의 차이를 넘어선 연대, 사회적 의무에 속박된 인간의 완전한 해방 등이 그것이다. 페미니즘을 동시대의 감각적 트렌드로 소비하려 하는 세태에 비해 이렇게 역사적 관점의 세대 간 소통을 모색하는 일은 단연 돋보인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운드이펙트서울’은 사운드아트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다. 그것은 청각문화 대부분이 공장식 대중음악으로 점철된 1990년대 이후, 예술적 실천으로서 사운드아트를 다루면서 획일적인 이윤추구의 시장음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창출하고자 했다. 공간해밀톤을 비롯해 여러 예술공론장에서 활동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예술치유, 도시개발과 예술공간의 관계 등에 대해 키워온 남다른 관심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이어지도록 했다.

양지윤은 생태위기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둘러대지 않고 담대하게 직면한다. 그는 ‘기후위기의 주범은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생각아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왜곡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파국의 시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큰 물음을 놓고 다가올 세계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일지를 찾아가는 길에 그의 큐레이터로서의 삶이 자리잡고 있다. 기존의 구조와 본질에 대한 분석, 이에 따른 사회적 실천으로 파괴적인 인류세의 대안을 만드는 일. 손에 잡히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그 길에 큐레이터 양지윤정신의 핵심이 들어있다. ‘기후위기는 예술적 상상력의 위기’라는 말처럼, 식민주의에 기반한 서양미술사 중심 질서 속에서 비서구권 큐레이터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소통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양지윤은 ‘생태·젠더·공산’이라는 키워드로 예술가·시민·관객과 함께 에코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진행 중인 ‘어스시토크+스크리닝’에서 서울, 타이페이, 샌프란시스코, 욕야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여성 큐레이터 5인이 에코페미니즘으로 예술 실천에 관해 이야기한다.

2024년에는 웨스트덴하그와 대안공간루프가 함께 생태예술여름학교를 추진한다. 여성 실천가와 실습, 이론, 실험, 종합토론 등의 워크숍을 가지면서, 퍼머컬처(영속농업), 수산 양식업, 재래식 농업, 에너지 등 전문가를 만나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 미술역사나 미술문화 그 자체에 빠져 세상을 넓게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미술계의 일반적인 풍토인데 비해서 양지윤의 광폭시야 행보는 참으로 각별하다. 이 얼마나 슬기롭게 예술과 사회의 균형을 맞추며 새로운 시공간을 향해 공진화하고 있는가!



- 양지윤(1977- ) 이화여대 미술대학 및 School of Visual Arts 졸업,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석사 졸업 후 박사과정 중.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2006-08), 암스테르담 데아펠아트센터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2008-09),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2관 책임큐레이터(2015),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수석 큐레이터 및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2013-16),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예술감독 역임. 사운드이펙트서울 디렉터(2007- ),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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