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38)신승오, 지속가능한 플랫폼의 큐레이터

김준기


신승오 큐레이터


신승오는 기업이 설립/운영하는 비영리갤러리의 큐레이터이자 디렉터다. 예술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면서 미술 연구·비평·기획 분야 관련 기초학문을 튼튼히 쌓은 청년 신승오는 작품 보기와 작가와 대화를 통하여 미술현장에 밀착해 들어갔다. 그의 경력이 시작된20년 전에는 젊은 작가 발굴과 미술시장 호황이 큰 흐름을 이었지만, 그는 이러한 흐름 바깥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주목했다. 이러한 노력은 큐레이터 신승오를 거대담론 속의 작가가 아니라 온전한 개별자로서의 작가에게 집중하는 기획자로 만든 밑거름이다.

신승오의 가치는 청년시절의 배움이나 현재의 탄탄한 지위에 있지 않다. 또래 누구보다도 미술계 저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훈련을 잘 쌓아온 그는 인사동의 대관전시장과 상업화랑 갤러리스트를 경험한 기획자다. 한 공간의 디렉터로 일하기 이전에 그가 쌓은 경험은 서울 도심의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미술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헤아리게 했다. 공간대관, 전시기획, 전속작가 프로그램 총괄, 아트페어, 작품대여 등의 업무를 통하여 그는 물정을 아는 큐레이터로 성장했다.

페리지갤러리에서 일해온 지난 10년간 그는 중견과 신진, 기획자와 창작자, 비평가와 연구자를 두루 연결하는 일을 했다. 그 핵심은 중견 작가 개인전 ‘페리지 아티스트’ 시리즈다. 40대 이상 중견 작가를 선정하여 집중연구 및 제작지원하는 개인전 프로그램으로 지원금이나 공모전이 젊은 작가에게 집중되는 까닭에 ‘중견의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허리세대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2년 정도 시간을 두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정연두, 슬기와 민, 권오상, 백현진, 손동현 등 유수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고, 진행 중인 박미나 개인전은 33번째 프로젝트이다.

권혁규×고재욱, 장혜정×김용관, 천미림×손현선 등 젊은 작가 기획전인 ‘페리지 언폴드’는 발굴과 지원, 프로모션 장착한 프로그램이다. ‘페리지 팀 프로젝트’는 작가와 기획자를 따로 공모하여, 심사위원회 매칭으로 팀을 이루게 하는 사업이다. 1년간의 협업으로 전시와 출판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이때 페리지는 작가-기획자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며 동반자 역할을 한다. 현대미술강좌 프로그램‘페리지 아트 스쿨’은 당대미술의 비평적 의제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큐레이터 신승오정신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길로 걸어가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 20년간 몸담아온 미술계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변화 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차분하게 바꿔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미술계 종사자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그의 관심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 그것을 공유하고 확산한다.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은 관객과 친숙하게 만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작가나 기획자가 관객과 1:1로 만나는 ‘○○○과 만나는 어느 흔한’ 프로그램 등을 구상하며 지속 가능한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크게는 공간 운영자에서 작게는 전시와 교육 등의 프로그램 담당자 역할에 걸친 그의 앞에는 전시 도록, 자료집 등의 출판, 기업 소장품 수집 및 관리, 기업 커미션 작업 기획, 기업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기획 및 진행, 사내 프로그램 및 대외 프로그램, 페리지 홀 공연 연계 프로그램 등의 업무가 있다. 이를 통하여 그는 총체적 관점의 큐레이터이자 큰 틀의 공간 운영 방안을 고민하는 디렉터로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큐레이터는 하나의 과제 수행에 집중하지만, 디렉터는 거시적 관점으로 행정가 역할을 한다. 특히 페리지갤러리와 같이 기업 운영 공간은 회사 임직원과의 공감대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환원 프로그램으로서의 당위를 넘어서는 공감의 소통으로 문화 진흥/지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길이다.


- 신승오(1975- ) 홍익대 미술학과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2006-2011덕원갤러리 큐레이터, 2011-2012갤러리선컨템포러리 아트디렉터 역임. (주)KH바텍비영리공간 페리지갤러리 디렉터(2014-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