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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민간 외교의 스노우 글로브(Snow Globe), 다문화박물관 김윤태 관장

윤태석


김윤태 관장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줄고, 노령층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어 전통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활용한 원예작물이나 과수 농사와 같은 노동집약적 농업에서 젊은 농사꾼이 사라진다는 것은, 미래가 암울함을 말해준다. 이는 손에 기름을 묻히며 일해야 하는 중소규모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도 있겠으나, 인구감소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있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다문화 근로자나 가족을 위한 마트나 식당, 편의시설 정도다. 구로나 안산, 울산 등 공장이 밀집한 공업단지나 농촌 지역에 가보면 이러한 현상은 쉽게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현재 국내 거주 다문화 가구 수는 38만 5,000가구가 넘어섰다. 이를 구성하고 있는 다문화 인구는 112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가구에서 태어난 자녀 수는 28만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니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여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다문화인은 이제 우리와 동반자가 되었다. 따라서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박물관 전경


이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 ‘다문화박물관(Multiculture Museum)’이다. 다문화(多文化)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고 있다는 의미와 더불어 여러 나라의 생활 양식을 규정한다. 다문화박물관은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 나고 있는 오늘날, 다문화 사회로서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 설립되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능동적으로 타문화를 수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취지를 살리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여행을 테마로 구성한 박물관에는 이용자의 계층이나 연령 구분은 없다고 이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김윤태(金潤泰, 1976- ) 관장은 말한다.

각급 학교 단위의 교과연계 프로그램과 관람 외에도 보고, 듣고, 만들고, 먹고, 입어볼 수 있는 오감 체험 공간으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인종, 민족, 사회적 지위, 성별, 종교, 이념에 따른 집단의 문화를 동등한 가치로 인식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을 줄여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지식, 태도, 가치를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다. 여러 나라의 민족이나 언어, 인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해 문화적 다양성을 체감하고, ‘다양한 문화의 이해’, ‘평등의식 고취’, ‘친밀감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근간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대학원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한 김윤태 관장이 다문화박물관을 설립한 것은 2007년 마포에서이다. 이는 그의 나이 서른두 살 때 일로 지금까지도 김 관장은 국내 박물관 설립자 중 가장 젊은 관장이다. 그러나 박물관은 연조(年條)가 더해지며 벌써 개관 16년을 맞이했다. 그에게 일찍부터 박물관의 개념을 알게 하고, 설립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동기를 제공해 준 이는 어릴 때 유아 교육기관을 운영하셨던 어머니라고 그는 말한다. “어머니는 제가 외국에 나갈 기회가 생기면 어떠한 여건에서도 꼭 보내 주셨습니다.” “아마도 교육의 아주 중요한 매개로 여행을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 도중 구입한 물건을 수집하는 데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각국의 특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축소해놓은 스노우 글로브[Snow Globe: 유리구 안에 다양한 미니어처 장식을 넣고 투명한 액체로 채워서, 흔들면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물건, 스노우볼(Snow Ball), 워터볼(Water Ball)이라고도 함]를 모았습니다.” “여행과 수집, 거기에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인지하게 되면서 이를 바로잡아 보자는 마음이 모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다문화박물관 내 이집트관


2011년 마포 시대를 접고 문화 인프라가 취약한 은평구에 확장 이전한 다문화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공예품 1만여 점이 소장되어있다. 이에 더해 각국 대사관이 기증한 자료는 관내에 주한대사박물관을 별도로 설립하여 관리하고 있다. 김윤태 관장은 일찍이 해외에서 유학 온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 나라의 전시물을 안내하고 프로그램을 운영케 하는 전략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그가 기획한 ‘관용·이해·공존, 오만에서 온 메시지’, ‘이란 페르시아 예술’, ‘우즈베키스탄 문화주간 초대전’,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보물, 마그레브(Maghreb: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의 총칭) 전’ 등의 굵직굵직한 ‘다문화 국제 기획전’과 ‘국제문화체험’, ‘교사 대상 다문화 교육연수’, ‘16개국의 다문화 교육 교재 개발’ 등의 프로그램과 연구 교재 발간은 다문화 이해를 확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와 협업하여 진행한 ‘다문화 페스티벌’, ‘다문화 콘서트’ 등의 공연프로그램과 전액 자비와 후원으로 추진한 ‘다문화 가정 무료합동결혼식’은 참여자와 관람객은 물론 각국 대사관으로부터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 다문화박물관이 민간 외교의 플랫폼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김윤태 관장은 주대한민국 각국 대사관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인사로 통한다. 그의 박물관에 가야만 당해국의 문화를 홍보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여러 곳과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문화사회는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되었다. 다문화박물관과 김윤태 관장의 미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각국의 유명 상징물과 악기, 의상, 인형, 화폐 등을 전시하고 세계의 전통문화, 춤, 의상, 음식 등으로 다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헌신하고 있는 김윤태 관장은 지금 이 시각에도 문화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시차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아직도 패기에 찬 젊은 박물관 인이다.



- 김윤태(金潤泰, 1976- ) 다문화박물관 관장, 주한대사박물관 관장, 글로벌 키즈대표, 서울시 은평구 정책 자문위원 및 문화예술 자문위원, 주대한민국 53개 대사관 감사패 및 감사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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