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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왜 그림을 살까?

김정수




40여 년 전 어떤 화가 선생님이 나지막하게 “사실 그림이란 거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거야”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그때만 해도 그림을 사고팔고 하는 일은 거의 드문 일이었고 일반 사람들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먹고사는 일이 제일 큰 문제인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예술가라든지 예술 작품 운운하면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때였다 생각한다. 누가 전시라도 할라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서로 아는 사이라 여유가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은 부조한답시고 소품 한 점이라도 구입해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런 예의는 지금도 통용되기는 매일반이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이제 우리나라도 어느새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

거기에 비례해서 예술가 예술작품들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 그런 시대가 온 것 같다. 미술작품의 경우 10여 년 전에는 부동산처럼 투기 광풍이 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 전시회나 아트페어 때도 심심찮게 그림이 매매되는 걸 볼 수 있다. 참 많이 변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가정에서도 조그만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림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잘된 일인지 모른다 생각한다. 화랑, 미술관도 많이 생겼고, 그림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경매장들도 생겼다. 그만큼 그림을 사려고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반가우면서도 ‘누가 왜 그림을 살까’라는 바보 같은 궁금증이 은연중에 생겼다. 직접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일단의 공통점은 여유가 있지 않으면 작품 구매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그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아무래도 감성적인 사람들이 그림 구매에 관심이 높은 걸 알 수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당연하겠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받쳐주는 50-60대의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림을 사는 이유는 개별적인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크게는 네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는 지인이기 때문에 구입하는 경우였고, 두 번째는 어떤 특정 그림이 가슴에 와 닿아서 꼭 사고 싶어 사는 경우, 세 번째는 투자 목적도 겸해, 네 번째는 순수 투자목적으로 사는 경우였다. 두 번째 경우, 우연히 그림을 보고 가슴에 와 닿아 그림을 구입하는 경우는 구매한 그림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호감도와 이해도도 무척 높았다. 세 번째 이유로 겸사겸사 구입한 경우도 어느정도는 만족하고 작가에 대한 애정도 있는 편이었다. 마지막 순수하게 투자목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는 좀 달랐다. 어떤 분들은 아예 그림을 보지도 않고 보관 창고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그림 가격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여지없이 처분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림값이 떨어지면 전전긍긍 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내가 입체 작업을 하다 어느 순간 여러 요인으로 인해 평면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그때 평면작업으로 바꾸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인간 소유욕의 문제도 있었다. 인간의 소유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면 작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사는 이유는 어쩌면 자기 소유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큰 이유일는지도 모른다. 소수의 사람만이 가진 걸 내가 갖고 있다는. 그런데 정말 그림이 가슴에 와 닿아 사는 경우 그런 소유욕을 뛰어넘는 어떤 알지 못하는 희열감, 가슴 뜨거움 같은 것이 그 사람들에게서 풍겨 나왔다. 그림에 대한 애착은 작가보다 더 뜨거웠고 그림으로 인한 기쁨과 즐거움을 정말 만끽하고 있었다. 그래서 ‘왜 그림을 살까’ 하는 나의 궁금증은 소유욕과 투기욕이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충분히 충족되어 졌다. 그리고 왠지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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