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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이용길 선생님과 김달진 관장

김정수




 우리나라에서 개인으로 미술에 관한 자료를 제일 많이 수집한 두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람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나 미술 관계자들이 다 알고 있는 『서울아트가이드』를 발행하고 있는 김달진 관장이다. 정말 많은 미술관계 자료들을 모은 것으로 알고있다. 또한 그 자료들을 온전히 아카이빙하고 보존하는데에도 개인적으로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내가 볼 땐 약간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김달진 관장 같이 미술에 관한 자료를 평생을 걸쳐 모았던 분이 한 분 더 계셨다. 서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초창기 목판화가 1세대인 부산의 이용길(1938-2013)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미술 교사로서 생활해 나가며 판화작업을 하고 또한 부산, 경남 미술에 대한 자료들을 평생 모으셨다. 내 개인적으론 고등학교 은사님이시기도 하다. 

명절이나 스승의 날 때 선생님 댁에 방문할 땐 쏟아질 것 같은 책장의 책들이나 자료에 압도당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선생님께서도 고인이 되신 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간다. 문득 선생님 댁에서 보았던 자료들이 생각나서 어떻게 됐나 선생님의 가족에게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선생님께서 자료들을 부산 시립미술관에 기증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반가워서 시립미술관으로 달려갔다. 지하 사무실에서 아카이브 작업이 조금씩 진행 중이었다. 선생님의 열정과 미술자료에 대한 사랑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었다. 그러는 중 조금은 놀라운 일도 보게 되었다. 옛 팸플릿이나 리플렛에 분류 스티커를 그대로 직접 붙인 일이었다. 자료는 당연히 훼손되었다. 하기야 워낙 자료가 방대하니 어쩔 수 없었겠지 하면서도 내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웠다. 2만여 개의 팸플릿, 500여 점의 포스터, 100여 권의 미술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북, 미술 관련 서적 1,000여권. 특히 부산 미술에 관련된 자료는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선생께선 애착을 가지고 모으셨다 생각한다. 한마디로 부산미술에 있어선 보물 같은 자료들일 것이다. 삼성미술관리움 자료실에서 거액을 지불하고 그 자료들을 인수하려 했었지만 부산의 자료들이니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시어 지난 2007년 3월에 선생님 살아생전에 미술관에 조용히 기증하셨단다. 그러고 보면 만 10년이 지난 일이다. 그동안 조금씩 정리 작업이 된 건지 안된 건지 모르지만 작년 2016년에서야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렇게라도 작업을 하고 있으니. 

자료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꿔야할 때인 것 같다. 모든 자료는 그자체로서 돈이 된다. 다시 말하면 팸플릿 한 장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로 상품화되는 것이다. 지난 과거 책이나 문서, 심지어 옛 사사로운 기록물까지도, 이것들이 아카이브로서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면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선생님이 옛 하야리아 미군 부대에서 미군들에게 판화를 가르치며 보냈던 시간을 회상하여 옛 하야리아 부대를 철수하고 지어진 부산시민공원에서 부산시와 부산시민공원이 주최로 특별전을 가진 일이 있었다. 그때 판화로 제작한 수십 년 전의 전시회 포스터, 과거 사진 등도 판화와 함께 전시되었었는데 돈으로도 사기가 힘든 그자체로 예술품이 되어 있었다.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지 말라’라는 성서의 이야기가 있다. 보물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선의로 기증했건만 받아들인 미술관에선 거의 방치 수준으로 내팽겨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10여 년 동안이나. 

김달진 관장도 자료들을 보존 관리하기 위해 한국미술정보센터 이름으로 정부에서 2010년에 지원도 받았다가 2014년에 중단됐다. 개인적으로 정말 고생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체 문화부니 무슨 예술위원회니 도립, 시립미술관 등 미술 관련기관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정부나 시에선 그들이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해야 할 일을 개인이 오랫동안 애써서 해 놓으면 좀 도와주고 지원해 주면 안 될까, 어떤 일들이 가치 있고 어떤 것들이 보물이라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런 걸까, 관계자들이여 가시적인 하드웨어, 관람객 숫자에 집착하는 예산을 줄이고 우리의 역사를 집적해나가는 아카이브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중요하다. 보물은 보물로 보는 정상적인 사고로 일들 처리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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