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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참 아름답지 못할 금수강산

김정수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달라 100% 같을 수는 없겠지만 서로 공감하며 아름답다 느끼는 경우도 많다. ‘아름답다’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하는 일이나 마음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이렇게 서술해 놓았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눈에 보기 좋은 것들, 귀에 듣기 좋은 소리, 또한 예쁘게 쓰는 마음씨 등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름답다’라는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들의 주관적인 사고로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에 의해 달라질 수가 있을 터이니.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도 있다. 바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과거나 현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했고 지금도 표현하고자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여행을 간다고 하면 거의 자연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자연은 자연 자체로 위대하고 아름답지만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필요로 집이나 구조물 같은 게 설치돼야 한다면 자연의 풍광과 잘 조화되어 건축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게 없다. 20여 년 전 한국에서 파리를 방문한 기자들과 유럽여행을 한 적이 있다. 스위스를 방문할 때의 일인데 산과 호수를 보며 아름답다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차가 언덕을 올라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스위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펼쳐졌을 때, 그때 운전을 하던 내 귀에 들리던 그 소리를 잊을 수 없다. “와~” 4명의 사람이 동시에 내지르던 소리. 펼쳐진 마을의 풍경들을 보고 본인들도 모르게 내뱉어진 소리, 절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산과 숲, 호수가 어우러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너무나 예쁘게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이 탄성을 자아냈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산속에 있는 고찰들을 보며 감탄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인간도 자연 일부분이고 자연으로 돌아갈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어차피 자연과 어우러져 생활해야만 한다면 인간이 필요로 해서 만들어지는 구조물이나 건축물은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조화의 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에 접어들며 유럽은 자연과 인간 구조물의 조화로운 상관관계를 중요시해 지금껏 조심스럽게 상업용 빌딩, 주택, 아파트 같은 인간을 위한 구조물들을 최대한 자연경관 뿐 아니라 생태계까지도 고려하여 건축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의 시골 풍경들은 주택이나 인간의 구조물이 있어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제도적으로 난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훌륭한 자연과 건축물 등을 후손에게 물려주게끔 하는 것이다.

지금껏 이런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아무렇게 지어지고 난개발이 되는 시골 지방의 아파트, 상업 시설 등 때문이다. 펜션이나 주택을 짓거나 아파트 등을 짓기 위해 아름다운 큰 산의 허리가 민낯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여기저기 고층 아파트가 산 중간중간 삐죽삐죽 나와 있는 풍경들은 아무리 노력해 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산이나 들판이나 법으로 이리저리 법제화되어 자연 녹지로 보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 인간의 구조물이 세워져서 아름답다 느껴지기는커녕 더 볼썽사납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기왕에 건축할 거 같으면 자연과 조화롭게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다 그 놈의 돈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땅 주인은 내 땅인데 건축업자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관계기관들은 어떤 이유로든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한번 난개발로 지어진 구조물들은 지금부터 최소한 수십 년은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난개발이 돼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더 좀먹기 시작하면 후손들이 다시 정리하고 자연으로 원상 복귀 시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난개발허가 내주지 말자. 그리고 법도 제대로 만들고 정비해서 우리의 허파 같은 산 숲 바다 등을 보호하자. 그리하여 우리나라 금수강산 아름답게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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