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6)『포럼 A』 vs. 『포럼 A』

호경윤


1998년 발행된 『포럼 A』 창간준비호 표지


『포럼 A』가 재창간됐다. 잘 알려져 있듯 『포럼 A』는 1998년 처음 창간해, 작가, 이론가·평론가, 큐레이터들이 편집진으로 활동하면서 예술작품과 예술실천에 대한 비평과 발언, 그리고 미술제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담론을 펼쳤던 대안적 미술저널이었다. 또한 『포럼 A』는 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던 당시의 흐름과 함께 온라인 게시판으로 옮겨가면서, 종이매체를 뛰어넘는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2005년『포럼 A』는 중단됐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존속시키고자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온라인 게시판이 유지됐으며, 2008년에 대안공간풀이 2년여 간 발행한 『6페이지』는 주요 논점은 물론 재생지를 사용한 가벼운 형태에서 충분히 『포럼 A』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 재창간된『포럼 A』는 외형적으로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종전의 타블로이드판이 아닌 17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단행본의 형태이며, 컬러 도판도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속을 채우는 내용으로는, ‘재창간 특집호’로서 과거 『포럼 A』에 실렸던 콘텐츠를 32개의 키워드로 되새기면서 과거의 『포럼 A』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중에서 작가 권용주의 <불러오는 중…>은 작가가 과거 『포럼 A』로부터 골라낸 이미지들을 재해석한 지면인데, 그중 1998년 『포럼 A』 창간준비호에서 작가 강홍구의 글 <바늘과 삼겹살>과 함께 실렸던 수퍼돼지(대만의 돼지콘테스트에서 우승한 961kg의 돼지를 잡는 사진)에 권용주는 온라인게임 <GTA>에 등장하는 돼지를 병치시켰고, 나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옥자>를 떠올렸다.

한편 『포럼 A』 창간준비호에서는 전년도 1997년 광주비엔날레를 주된 내용으로 꾸렸었는데, 재창간된 『포럼 A』도 마찬가지다. 20여 년 전 박찬경, 전용석, 백지숙이 심도 있는 비엔날레 리뷰를 썼다면, 이번에는 제11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비평은 물론, 인터뷰 등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새로워진 『포럼 A』의 구성원들은 작년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아쉬움을 ‘말’과 ‘글’로만 표현하는 데에서 나아가, 3D 그래픽으로 가상의 공간배치도까지 직접 보여 주고 있다. 얼핏 ‘우스꽝스럽고 어설퍼 보이는’ 이 지면에 대해 편집진들은 ‘하나의 비평 행위로서의 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에게도 과거의 『포럼 A』와는 또 다른, 혹은 20년이라는 시간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법론의 독특한 코너로 보였다.

사실 잡지의 창간과 폐간은 그리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도 한국 미술계의 척박한 현실에서 미술저널은 더욱 심각하다. 과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전시/출간한 『미술 정기간행물 1921-2008』에서 폐간 미술잡지의 표(p.140)는 고사하고, 2008년 당시 나오고 있는 미술잡지 현황의 표(p.146-147)에 등장한 매체 중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나오는 곳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사이 새롭게 창간한 잡지는 또 몇이나 될까. 경영난 등의 이유로 잠시 휴간되었던 잡지 중에서 당시의 구성원에 의해 복간된 경우는 본 적이 있으나, 『포럼 A』처럼 오랜 기간 뒤에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재창간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7월 2일 아트스페이스풀에서 개최된 『포럼 A』 재창간 토크 장면


현재 『포럼 A』의 편집장 안소현은 ‘재창간 특집호를 내며’라는 인트로에서 『포럼 A』의 이름을 다시 쓰는 데 있어 구성원의 엇갈린 의견과 수렴의 과정, 그럼에도 ‘하필’ 『포럼 A』를 새로운 매체의 이름으로 결정했는지 밝히고 있다. 과거 『포럼 A』의 적자인양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난 시간의 무게감과 그에 따른 부담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 말미에 “『포럼 A』는 정기간행물이 되고 싶은 비정기간행물입니다”라고 적혀 있듯이, 새로운 구성원들의 독자적인 성격으로 자리 잡길 바라며, 아울러 미술저널의 더욱 다채롭고 건강한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