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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오늘도, 퇴사하겠습니다!

호경윤

 이번 연재 글에서는 좀 예외적으로 미술 관련 출판물이 아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일본 번역서 두 권을 보고 난 후 소회를 적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책은 이나가키 에미코가 지은 『퇴사하겠습니다』이고, 두 번째 책은 츠즈키 쿄이치의『 권외편집자』이다 .『퇴사하겠습니다』는 직장인 대부분이 하루에 몇 번씩은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일 만큼 공감을 끌며 몇 달 전에는 한국 TV에서도 현지에 가서 저자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도 처음에는 누군가가 추천해 주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원래 직업이 기자였기 때문에 내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그렇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신문』이라는 거대한 언론사에 버블경제 때 입사했던 사람으로, 30여 년 동안 근무하다 퇴사 후 칼럼니스트로 살아가는 그의 여정은 오히려 일본의 사회 구조 변화와 긴밀해 보였다.

 반대로 서점에 갔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집어 본 『권외편집자』는 구입하고 몇 시간 만에 휘리릭 볼 수 있었다. 우선은 이 저자가 문화예술, 그리고 미술 분야를 다뤄온 사람이라 이해하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단순히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이라는데 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훨씬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그 역시 나처럼 우연한 기회에 잡지사에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편집자로 있기 때문이었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지만, 여전히 인터뷰 요청 전화에 거절당할까 또는 먼 곳까지 갈 교통비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는 대목에서 동병상련도 느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일본의 출판계 형편은 훨씬 낫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곤두박질하는 일본의 출판 불황 현상에 대해 츠즈키 교이치는 그 원인을 ‘우리들 편집자’라고 말한다.

좌)『 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엘리 펴냄, 2017
우)『 권외편집자』 츠즈키 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컴인 펴냄, 2017

 최근에 인터넷 라디오 두 편의 기획을 맡으며 그중 하나는 ‘미술저널’을 주제 삼아 미술저널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거나, 만들 예정인 패널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들이 각자 일했던 매체의 성격도 다르고, 미술저널에 대한 생각도 달랐지만 모처럼 편집자들끼리 고민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밖에서 다니다 보면 미술저널 뿐만 아니라 패션지나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온라인 매체에서 편집을 맡았다가 그만두고 나온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묘한 동질감을 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내에는 유독 ‘편집자’라는 직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인데, 편집자는 분명 자신의 글만 쓰는 업과는 다른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눈치를 많이 본달까? 원래 필자(작가)의 눈치, 같이 책을 만드는 동료의 눈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독자의 눈치. 앞서 언급했던 『권외편집자』에서도 독자에 고려하는 내용이 있는데, 츠즈키 쿄이치는 ‘저 사람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겠지’라며 추상적인 독자층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독자’를 생각한다고. 이러한 관점은 비단 편집자뿐만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공공적인 무엇인가를 매개하는 모든 전문가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생겨난 프레임을 스스로 깨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미술종합지 편집자의 시각에 멈춰져 있다는 반성을 종종 하게 된다. 잡지사를 그만두고 나서 2년의 세월을 보내며 다소 두서없는 경험을 하며 그 프레임의 모서리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중이다. 이나가키 에미코는 퇴사 전 명함과 직함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반해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소속 없이 자유로움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나에게나, 혹은 계약으로 몇 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밖에 없는 미술업계 종사자 누구나 귀 기울 법하다. 또한 회사로부터 자신의 가치관을 분리시켜 자립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다시 풀이하면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사직서와 함께 스스로 가치관을 키워나갈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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