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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봄을 맞아 풍성한 미술계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40)

유달리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한 요즘의 미술계는 풍성하다. 특히 이제는 중견으로 국제미술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386세대의 개인전들이 속속 열리고 있어 이채롭다. 지난 2월에 이불이 동경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데 이어 3월에는 런던과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작업하고 있는 서도호가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리움 기획전시실에서 장소 특정적인 설치작업과 근작을 갖고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김소라는 지난해 아뜰리에에르메스 개인전에 이어 올해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가진 바 있다.

주요 사립미술관 체제의 전시들이 국내외에서의 미술가들의 최근의 전시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공공기관에서는 원로, 혹은 역사전, 테마전을 기획해 어떤 차별성을 두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 연지 얼마 안 되는 대구미술관은 원로작가 박서보의 자그마하나 알찬 개인전과 함께 한국인의 삶과 정신에 자리한 민성(民性)의 원형을 주제로 한 그룹전-박생광, 서용선, 김종학, 황창배 4인으로 구성한-을 기획해 시선을 모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1960년대 말에 기하추상에 기점을 두고 70년대를 풍미한 단색화 초기단계의 역사에 초점을 둔 ‘한국의 단색화’를 열었다.

한편 국제화랑은 루시 리파드가 1960년대 말 ‘별난 추상(Eccentric Abstraction)’전에서 데뷔시킨 후 세계미술계에 주목을 받았으나 요절했던 에바 헤세(Eva Hesse), 갤러리현대는 예일대에서 요셉 알버스(Josef Albers)에게 수학하고 후에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 가르치며 yBa운동에 멘토 역할을 했으며 그 자신은 이미지/디자인/문자를 이용한 ‘다채로운’ 개념미술가로 자리 잡고 있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의 전시를 기획했다. 키아프(KIAF)는 지난해에 이어 뉴욕에서 한국현대미술전을 열어 교민들의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서도호, 집 속의 집
투명한 옥색 천으로 한옥(의 껍질)을 재현해 공중에 매달아(P.S. 1, ‘Greater New York’전) 당시 뉴욕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화려한’ 데뷔를 했던 서도호가 10년 전 아트선재센터에서의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을 삼성미술관리움에서 가졌는데 이들 장소특정적인 근작에서도 그의 관심은 여전히 천이라는 거의 비-물질적인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육화하는 작업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건축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매우 감성적이기도 한 그의 장소 특정적인 생산물은 그의 정체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항상 이동하며 살아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그의 처지(Condition), 거기에서 나는 누구며, 나와 타인의 관계는 무엇이겠느냐는 의문은 그의 뇌리에 남지만, 쉽사리 해답은 얻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구태여 그는 해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처지(Condition)가 그의 작업의 주제며 근간이 된다.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학사, 석사를 취득한 후 미국 리스디(RISD, R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다시 예일대에서 석사를 따며 오랜 수학 끝에 뉴욕에 자리 잡고 활동을 하다가 이제는 런던에 베이스를 두고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서도호에게 이동과 전치(Displacement)는 그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애초에는 외국생활을 하며 기억의 공간으로 서울의 한옥 집을 재현했던 그는 항상 시간의 이동 중에 있는 자신의 공간들, 나아가 그 공간이 외연하는 의미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투명한 천을 통해서이며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공간은 이러한 투명성을 통해 겹쳐지며 관계한다. 대체로 장소 특정적인 설치작업들은 기존의 공간의 의미가 작가가 의도하는 문맥에 의해 변형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렘 쿨하스의 삼성미술관 블랙박스 집이 서도호의 일시적인 개인의 집으로 변형되듯이 말이다. ‘집 속의 집(Home within Home)’은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이 서도호의 개인의 집으로 둔갑하며 여기서 관객은 이러한 교호작용의 일부가 되어 작품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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