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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한국 단색화의 재조명에 관해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41)

지난 4월 볼 일이 있어 뉴욕에 다녀왔다. 뉴욕은 한국만큼이나 봄 날씨가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이 거센데도 불구하고 관광철이라 그런지 시내도 미술관도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단순히 중국, 일본, 중남미 관광객들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뉴욕)관광은 이제 문자 그대로 글로벌해졌나 보다. 이전 이맘때 쯤엔 그렇게 뉴욕에 관광객들이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여하간 최근 미국경기가 좋지 않다는 추측은 내가 경험한 뉴욕만 보아서는 사실로 믿기가 어렵다. 인파에 몰려 뉴욕 모마에서 전시중인 몇 개의 전시를 보았는데 단연 주목을 모은 전시는 ‘Kraftwerk(Powerwork 4.10-4.17)’라는 독일 디자인 전시였으나 나의 관심은 최초로 미술관 규모의 회고전을 열고 있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 2.26-6.11)’이었다.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사진들은 자화상들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들의 모델이자 주제이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실질적인 이유로 그녀는 혼자서 작업하기를 선호하며 그녀의 사진들을 창조하기 위해 그녀는 사진가, 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드레서, 스타일리스트와 의상디자이너의 역할을 한다. 가발, 의상들, 화장술, 인공보철물들, 소품들로 셔먼은 영화의 주인공들에서 광대로, 늙어가는 사교계 마담들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기묘한 화폭들과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교묘한 위장들을 통해 그녀는 때로는 재미있고 기분 좋게 자극적이기도 하며 또 때로는 교란시키며 충격을 주는 놀랍고도 영향력 있는 작품들을 생산해왔다. 셔먼 자신은 그녀의 사진들에서 비물질적이지만 빈번히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지속되는 추측은 그녀 작품의 바로 그 중심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공명감에 이르게 되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다. 배우이자, 예술가이자 주제를 융합하며 그녀의 그림들에 현존하면서도 동시에 부재하고 있는 신디 셔먼은 포스트모던 미술에서의 저자에 관한 여러 논쟁들과 관련한 글들을 생산케 했다. 그녀의 명성이 커질수록 ‘누가 신디 셔먼인가?’에 대한 의혹은 불거져 갔고 그러한 질문이 잘못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비평적 충동을 불러일으켜 왔던 것은 사실이다. 팝 작가인 루카스 사마라스(Lucas Samaras)로부터 하나 윌키(Hannah Wilkie)혹은 엘리노어 앤틴(Eleanor Antin)과 같은 페미니스트 작가들과 같은 선배작가들에서 멀게나마 영향을 입었던 셔먼은 20세기 말과 금세기초에 이르기까지의 후배작가, 특히 사진작가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쳐왔다. 뉴욕 모마의 신디 셔먼의 전시는 위의 물음, 즉 ‘누가 신디 셔먼인가?’에 초점을 부각시키며 최근의 벽화크기의 작품들을 포함한 회고전 형식의 개인전이었다.

단색화 현실적인 접근
한국 현대미술사에서의 단색화 논쟁은 미술사가·비평가들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주제이다. 처음에 일본에 소개되면서 일본비평가에 의해 ‘백색’이 특징이란 말에서 기원된 단색화 논쟁은, 단색화·단색조-단색(Monochrome)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단색조(Monotone)로 보아야할 것인가-에서 시작해서 박서보·이우환의 관계, 그 기원이 누구인가 혹은 어디에 둘 것인가, 또는 단색화풍이 그러한 경향에 동조한 작가들이 주장하듯 과연 우리 전통·미술의 정신에서 온 것인가, 그렇다면 그 정신이 한국뿐 아니라 범 동양 문화권에 공통적인 ‘무위자연’, ‘무념무상’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인가에 이르기 까지 가히 다채롭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단색화 전시 ‘한국의 단색화(3.17-5.13 기획:윤진섭)’는 종전의 논쟁을 ‘단색화’가 나오게 된 배경에 초점을 둠으로서 단색화의 쟁점을 논쟁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더욱 현실적으로 접근함으로서 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전후맥락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박여숙화랑은 상업 화랑으로서는 드물게 영국 리버풀테이트에서 기획했던 한국단색화 전시 ‘여백,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다(3.17-4.17)’를 재연출함으로서 국립미술관의 기획과는 다른 국면에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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