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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 공존시대에 바라보는 미술잡지의 미래

심현섭

2019년 11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 ‘미술을 읽다-한국 미술잡지의 역사전’과 4회의 연계 강연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공존 시대에 잡지의 미래를 점쳐보는 시간이었다. 전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잡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다. 강연은 미술 잡지의 역사와 미학적 고찰을 통해 잡지의 정체성과 시대에 걸맞은 형식 변화를 모색하였다.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와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지난 20년 동안 미술잡지의 역사를 운영자와 연구자의 입장에서 정리함으로써 청중에게 잡지의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케 하였다(18일, 21일). 김달진 관장은 『서울아트가이드』의 창간과 운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해주었으며, 임성훈 성신여대 교수는 <매체와 소통에 대한 미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매체로서 잡지의 소통역할을 다뤘다(25일, 27일). 각 강연이 도출한 물음을 정리하자면 1.잡지창간의 이유: 매체권력, 이데올로기, 2.미술잡지의 내용(정보)의 균형: 전문영역과 대중영역의 조화, 3.수익창출의 필요성, 4.과거, 특히 70-80년대 잡지와 비교하여 내용과 질이 실질적으로 향상되었는가?, 5.사회변화에 맞는 다양한 형식(인터넷 환경)의 창출과 잡지의 역할, 6.평론가의 글쓰기 부재와 평론의 질, 7.매체로서 잡지의 미학적 위상 찾기, 8.종이책의 존속 가능성 등이다.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
‘아트인컬처 20년, 한국미술 20년’ 강의 (2019.11.18)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전자책 등 인터넷 매체가 발달해온 지난 20여 년 동안 주된 관심 가운데 하나는 ‘책의 죽음’ 여부이다.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정보망이 발달할수록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종이책의 존속을 낙관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하철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읽는’ 모습은 종이책의 위축을 말해준다. 여기에 도서관의 확장과 이로 인한 종이책의 개인 소장의 필요성 약화, 정보의 전달량과 효율성 문제는 종이책보다는 인터넷 공간의 전자책이 더 활성화하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인류의 아날로그 정서 등을 내세워 전자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시장과 정보의 기득체계를 놓치지 않으려는 보수의식이 작용하고, 무엇보다 다가오는 세대의 기억과 신체의 외재화 같은 디지털 감각을 간과한 면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종이책의 존속 여부에 대한 질문은 그 방향을 틀어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의 수용, 미술 잡지의 정체성과 다양한 형식을 탐색하는데 모아져야 한다.



임성훈 성신여대 교수
‘매체와 소통에 관한 미학적 고찰’ 강의 (2019.11.27)


이번 강연은 청중에게 미술 잡지의 역사와 미학적 고찰을 통해 공존의 수용과 새로운 형식을 모색하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김찬동 관장은 한국 미술 잡지의 역사를 60-70년대: 갤러리 잡지, 계간미술 창간, 80년대: 잡지 과잉, 민중미술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 90년대: 세계화, 2000년대: 문화잡지, 정보제공 등으로 시기별 특징을 나누었다. 임성훈 교수는 소통과 매체의 관점에서 잡지의 지속가능성을 논하였다. 청중들은 역사의 흐름과 잡지의 정체성을 들으면서 미래의 잡지 형식을 궁리하고 상상하였다. 이런 유익함이 매번 20여 명의 청중을 모이게 한 매력일 것이다. 나는 강연을 들으면서 일제강점기와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등 숱한 굴곡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의 상황에서 미술을 주제로 한 잡지가 이토록 많이 생멸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이 끈질긴 흥망성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강연자들 같은 이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하였겠지만 글과 책, 예술에 대한 대중과 자본의 갈망이 토대를 이루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미술 잡지가 위기에 처했다면 이것은 이러한 갈망과 토대의 쇠락을 함축한다. 지금 미술 잡지는 미술에 대한 대중과 자본의 갈망을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당면해있다. 이 전시와 강연 역시 대중과 자본이 미술 잡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


심현섭(1963- ) (주)민들레 지역디자인 대표 역임. 열린미술연구센터 연구원.「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rk)의 ‘장소’의 전복」(2019), 「상호소통을 통한 공동체적 방법론」(2016) 등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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